이건희 회장 “아이폰과 ‘똑같은’ 제품 만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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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04-08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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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벤치마킹 대상, 하드웨어서 소프트웨어로 전환
- 그룹 구성원 전반에 대한 ‘독려의 채찍’

(아주경제 이하늘 기자) 지난달 24일 삼성전자 수장으로 복귀한 이건희 회장이 스마트폰 사업에 대해 구체적인 지시를 내리며 ‘초정밀’ 경영을 재개했다. 아울러 기존 하드웨어 중심의 사업에서 소프트웨어로의 전환을 시사했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의 한 연구원은 “최근 이 회장이 휴대폰 사용자 인터페이스(UI) 디자인을 담당하는 UX팀 연구진들을 격려하고 애플의 아이폰과 똑같은 UI를 개발하라”고 주문했다고 전했다.

이 회장은 주로 그룹 경영의 큰 기반을 결정하는 거시적 경영을 추구해왔다. 그러나 경우에 따라 제품의 상세한 부분까지 직접 아이디어를 내는 미시 경영도 함께 시행했다.

이 회장은 삼성전자의 첫 텐밀리언셀러(1000만대 판매) 휴대폰인 ‘SGH-T100’ 디자인 개발에 직접 참여했다. ‘명품 플러스원’ TV의 숨겨진 1인치 역시 이 회장의 아이디어다. 이밖에 반도체 생산 방식과 웨이퍼 크기 등 기술적인 부분에 대한 결정을 내렸다.

지난 1월에는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 CES에서 3D 전용 안경의 착용감과 품질을 개선할 것을 지시했다. 이를 토대로 삼성전자는 기존 제품 대비 40% 가벼워진 USB 충전방식 제품을 출시했다.

지금까지 이 회장의 지시사항이 하드웨어를 기반으로 뒀다면 이번 지시 사항은 소프트웨어와 관련됐다는 것도 눈 여겨 볼만하다. 하드웨어 강자에 머무리지 않고 소프트웨어 부문까지 강화하는 '양수겸장'(兩手兼將) 전략을 본격화하겠다는 것. 

스마트폰 경쟁력 강화 드라이브를 걸면서 관련 인원도 크게 늘고 있다. 삼성전자의 한 직원은 “최근 UX팀 근무자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며 “1년 전에 비하면 2.5배 이상 증가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소프트웨어 개발을 전담하는 미디어솔루션센터(MSC) 전체 인원 역시 크게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인력 모집에 나서면서 관련 개발자들의 몸값도 크게 올랐다. 모바일 관련 벤처기업의 한 임원은 “스마트폰 관련 인력 확충에 나서고 있지만 좋은 인재들이 삼성으로 몰려 여의치 않다”며 “오히려 기존 인력의 이탈 방지에 나서야 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 회장이 경쟁사를 직접 거론하며 같은 프로그램을 개발하라고 지시한 배경에도 관심이 모인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과거 하드웨어 부문에서 일본 등 선진 업체의 기술을 분석하고 그보다 솔루션을 제공하는 전략을 통해 글로벌 리딩 기업으로 성장해왔다”며 “이번 주문은 혁신적인 아이폰 UI를 분석, 이를 토대로 한층 업그레이드 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룹 전체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기도 하다. 삼성 휴대폰은 앞선 디자인과 우수한 기능을 토대로 글로벌 2위 자리를 확고히 해왔다. 지난해에는 글로벌 시장이 마이너스 성장을 하는 동안 ‘트리플 투’(판매량 2억대, 점유율 20%, 영업이익률 두 자릿수)를 기록하며 선전했다.

최고의 성적을 거두고 있는 사업 부문이라 해도 현재 위치에 만족하지 말고 부족한 점을 지속적으로 개선하라는 의미다. 삼성 휴대폰은 최근 성장 가능성이 큰 스마트폰 부문에서 미흡한 대응을 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받아왔다.

이와 관련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 회장이 이같은 지시를 내렸다는 것은 사실이 왜곡된 것”이라며 “삼성전자는 수년 전부터 스마트폰 분야의 기술진을 확충하고 연구개발에 몰두하고 있으며 최근 그 속도를 높이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h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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