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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치아 역을 맡아 열연하고 있는 소프라노 신영옥. | ||
(아주경제 이정아 기자) 사랑하지 않는 남자와 정략 결혼한 첫날밤, 사랑하는 연인을 잊지 못해 신랑을 살해한 여인은 어떤 모습일까? 오페라 ‘람메르무어의 루치아’에서 소프라노 신영옥은 이를 완벽하게 표현해 낸다. ‘광란의 아리아’로도 불리는 이 장면은 섬뜩하리만큼 아름답다. 자신이 남편을 죽였다는 것을 잊은 채 피를 상징하는 듯 붉은 장미꽃을 안고 나타난 루치아. 창백하면서도 기쁨에 들뜬 표정으로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는 모습을 상상하며 부르는 아리아는 안타깝기조차 했다.
1993년 ‘루치아’의 한국 공연 이후 17년 만에 고국에서 루치아로 돌아온 소프라노 신영옥. 그는 여리면서도 호소력 있는 목소리와 광기어린 연기로 관객들의 귀와 눈을 사로잡았다. 플루트와 대화하는 듯 주고받는 노래와 연주는 반음계적 진행으로 음악을 통해 루치아의 불안정한 정신 상태를 표현했다. 화려한 기교와 드라마틱한 발성으로 초절정 기교인 ‘콜로라투라’를 볼 수 있는 장면이기도 하다.
오페라 람메르무어의 루치아는 광란의 장면으로도 유명하지만, 이번 공연에서는 ‘영화 느낌’을 살린 것도 특징이다. 3막에서 루치아가 진정으로 사랑하는 에드가르도가 루치아의 죽음 소식을 듣는 장면에서는 막을 이용한 화면분할을 시도했다. 막을 좌우로 활짝 열지 않고, 위로도 반만 열어 무대의 시야를 좁혔다. 이를 통해 괴로워하는 에드가르도의 모습을 마치 영화의 줌(Zoom) 기법으로 주인공을 클로즈업하는 효과를 냈다. 또한 1막에서는 공연이 진행되는 동안 주인공과 함께 무대를 이동시키기도 한다. 사냥 장면에서는 말과 사냥개 비글이 실제로 등장하기도 한다.
전체 3막으로 구성된 오페라 람메르무어의 루치아는 이탈리아의 가에타노 도니제티가 작곡했다. 1835년 나폴리 산 카를로 극장에서 초연됐다. 루치아는 가족과 가문을 위해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오빠 엔리코가 선택해준 남자와 결혼을 강요당한다. 사랑하는 에드가르도가 있지만 양가가 원수지간이라 이를 밝히지도 못한 채 정략결혼을 하게 되고, 첫날밤 남편을 죽이고 자신도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는 내용이다.
루치아 역에 소프라노 신영옥을 비롯해 에드가르도 역에는 테너 정호윤, 엔리코 역에는 바리톤 우주호가 활약한다. 지휘는 국립오페라단 음악감독인 김주현, 연출은 마리오 코라디가 맡았다. 이번 공연은 국립오페라단의 세 가지 ‘살인비극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으로 오는 21일․23일․25일 공연을 남겨두고 있다.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된다. 티켓 1만~15만원. 문의 02-586-52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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