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자식 농사, 뜻대로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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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12-28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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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재희 영성경영연구소 대표이사

우리 사회에는 교육과 관련된 부모들을 일컫는 신조어들이 많다.
자식 교육에 적극적인 엄마들을 티칭 맘(Teaching Mom)이라고 한다. 엄마와 함께 자식을 조기 유학을 보내고 한국에 홀로 남은 아버지들 중, 마음만 먹으면 언제라도 아이들을 찾아볼 수 있는 독수리 아빠, 경제적인 이유로 일 년에 한두 번 찾는 기러기 아빠, 아예 한 번도 찾아볼 엄두를 못내는 펭귄 아빠들이 있다. 자식들을 일컫는 말도 있다. 독립할 나이가 되어서도 부모 곁에서 기생 하는 젊은이들을 캥거루족이라고 한다.

어떻게 보면 이들은 사랑이라는 미명아래 부모들의 과욕이 만든 희생자일지도 모른다.
어리석은 부모들은 "남들이 장에 가니 거름 지고 장에 간다”며 조기유학을 보내지 않으면 내 아이들이 장래에 망칠 것처럼 허둥지둥된다. 부모가 자식의 앞날을 망치고, 자식이 부모의 발목을 잡아 서로의 인생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음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자신을 알고 자식을 키워야 한다. ‘뱁새가 황새 따라가다 가랑이 찢어진다’는 말이 있다. 부모들은 무조건 자식을 위해 희생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고 유일한 길이라고 믿어서는 절대 안 된다.
‘자식 농사는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한다. 부모들이 말하는 ‘뜻대로’는 보편성도 타당성도 없다. 정확히 표현하면 부모의 ‘욕심대로’다. 왜 자식들은 부모의 ‘욕심대로’ 따르지 못하는가?
부모들은 자신의 능력과 경험으로 자식들을 마음대로 키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그 자체부터가 어리석은 일이다. 부모들은 자식들이 독립적인 인격체라는 사실을 애써 무시하고 있다.

다 큰 자식을, 아직도 내 품의 자식이라 여기고 끊임없이 간섭하고 규제하면서 희생과 정성을 알아주지 않는다고 다그치고 언성을 높이지는 않는지 반성해야 한다.
내 자식이기 이전에 치열한 삶을 살아가야 하는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대우해줘야 한다.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 자질을 갖췄는지 냉철하게 판단해야 한다. 내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귀한 자식이지만 다른 사람들 눈에는 내 자식이 극복해야 할 경쟁 상대인 것이다.

부모들은 자식이 성장하는 데 필요한 사람을 연결시키고 방법을 일러주는 혜안을 가져야 한다. 사교육이 필요악이라면 왜 사교육이 필요한지 그 의미부터 명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남들이 하니까 나도 해야지’라며 무조건 내몰아내서는 안 된다. 더 나은 세상과 만날 수 있게 기회를 만들어 주어야 미래에 대한 안목과 스스로 자신이 처한 상황에 대해 객관적으로 인식할 수 있게 된다.

우리 인간은 때가 되면 죽을 수밖에 없는 나약한 존재다. 그런데도 영원히 살 것 같은 착각에 애착을 끊지 못해 너무나 많은 문제를 야기한다. 우리 주변에는 부모가 망친 자식들을 많이 볼 수 있다. 부모들도 부모이기 이전에 한 사람의 어리석은 인간이라는 사실을 먼저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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