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미호기자) 미술 시장에 봄 기운이 완연하다. 지난해 경기침체로 움츠러들었던 미술계가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있다. 최근 화랑가에서도 인기ㆍ유망 작가들의 작품을 중심으로 판매가 점차 활기를 띄고 있다. 특히 대기업이 소유한 기업미술관들은 탄탄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일반 관람객들을 고급미술의 세계로 초대하고 있다. 앞으로 5회에 걸쳐 미술계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기업미술관을 소개한다.
(1) 삼성미술관 리움(leeum)
서울 한남동에 자리한 삼성미술관 리움은 기업미술관의 꽃이다. 고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 때부터 수집해 온 고미술 작품들은 대부분 국보급이다. 홍라희 전 관장의 취향을 반영한 현대미술관도 세계 유수의 화가와 조각가들의 작품을 보유하고 있다.
우선 리움을 찾은 관람객들은 세계적인 거장 마리오 보타(Mario Botta), 쟝 누벨(Jean Nouvel), 렘 쿨하스(Rem Koolhaas)의 작품을 한 곳에서 감상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를 누릴 수 있다. 바로 리움 건물 자체가 세계적인 건축물이기 때문이다. 특히 고미술관을 건축한 마리오 보타는 직사각형과 역원추형의 건물을 나란히 두고 경건함과 숭고함을 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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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미술관 내부에 있는 '믹싱 챔버'의 모습 (사진 제공 : 삼성미술관 리움) |
리움은 공간 뿐만 아니라 작품 자체만으로도 관람객들에게 상위 1%라는 기분좋은 상상을 불러일으킨다.
오는 10월 10일까지 열리는 상설 특별전 '단원 김홍도'는 관람객에게 품격있는 순간을 선사한다. 이번 전시회는 소장 작품 중 18점을 엄선해 꾸몄다. 단원은 고 이병철 회장이 가장 좋아했던 작가다. 특히 국보인 '신선도'는 16년만에 공개되는 작품으로 김홍도의 천재적인 기치를 엿볼 수 있다.
이번 기획전은 홍라희 전 관장의 복귀와 맞물리면서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다. 홍 전 관장은 2008년 리히텐슈타인의 '행복한 눈물' 구입 여부와 관련, 특검 수사 대상에 오르면서 현직에서 물러났다. 리움은 홍라희 퇴임 이후 기획전을 열지 않았다.
리움은 각 작품의 조명에도 각별한 신경을 썼다. 작은 스팟 라이트를 사용해 둥그랗고 풍만한 백자의 모습을 한층 더 우아하게 만들었다. 유리관 바닥에 드리워지는 그림자는 각기 다른 명도의 빛을 연속적으로 뽐낸다. 마치 수면 위에 퍼지는 둥근 모양의 잔잔한 물결과도 같다.
이밖에도 큐브(Cube) 박스를 연상시키는 현대미술관은 방문객들이 자유분방하게 관람할 수 있도록 공간을 오픈했다. 유리벽을 통해 외관을 열어놓고 자연속에서 작품을 감상하는 듯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관람객들은 매일 두번씩 진행되는 도슨트의 설명과 '똑또기'라 불리는 리움만의 PDA 안내기를 통해 자세한 설명도 들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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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스 부르주아(Louise Bourgeois, 1911-), '마망(Maman, 1999년 作 청동, 스테인레스 스틸, 대리석 927.18×91.5×1023.6cm)' (사진 제공 : 삼성미술관 리움) |
야외로 나오면 거대한 거미 두 마리가 오묘하게 서 있다. 루이스 부르주아(Louise Bourgeois)의 '마망(Maman)'. 작가의 유년기를 표현했다는 이 작품은 뒤로 보이는 하야트 호텔과 한남동 일대의 높은 벽돌집과 잘 어울려 사진찍기에도 좋다.
관람료는 성인 1만원, 초ㆍ중고생 6000원. (02)2014-6900.
miholee@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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