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방영덕 기자) 지난해 은퇴한 A(52세)씨는 현재 4억2000만원의 유동성 자금을 갖고 있다. 그는 노후를 대비해 최근 재테크에 나섰지만 부동산 시장이 침체를 거듭하고 있고, 초저금리 기조가 지속되고 있어 어디에 투자할 지 막막한 상황이다. 특히 노후자산은 안전성과 일정 수준의 수익률을 동시에 추구해야 해 선택의 폭은 더욱 좁아지고 있다.
1차 베이비붐 세대(1955~63년생)의 은퇴가 줄을 이으며 노후준비를 위한 이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중장기적으로 과거와 같은 부동산 붐을 기대하기 어렵고, 노후 자금을 주식에 넣기에는 투자 위험성이 크다.
시중금리가 바닥을 치고 있어 예·적금에 돈을 넣는 것은 손해보는 기분이고, 금리가 언제 오를 지 몰라 은행으로의 발걸음이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이런 시기일 수록 조급해 하지 말라고 당부한다. 성급하게 투자했다가 자칫 손실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시장의 흐름을 관망하며 타이밍을 노려야 좋은 투자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조언한다.
김은순 HB파트너스 공인중개사는 "좋은 물건이 있어도 내일 또 비슷하게 좋은 물건이 나오기 때문에 조급하게 투자를 결정할 필요가 없다"며 "특히 지방자치단체 선거에 천안함 사건이 겁쳐 부동산 시장은 잠잠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1억~1억5000만원의 유동자금이 있으면 아파트보다는 오피스텔 등 수익형 부동산에 투자할 것을 권하고 있다. 아직 시장 변동성이 높은 데다 지하철 개통 등 가격 상승 이슈가 많기 때문이다.
김 공인중개사는 "서울 지하철 9호선 신논현역 일대의 경우 1억원 미만의 오피스텔도 상당수 있다"며 "수도권 지역에 새 아파트가 공급되지 않아 전세난은 더욱 심각해질 수 밖에 없어 오피스텔 수요는 점차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은퇴세대일수록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투자 포트폴리오를 다양화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사진은 지난달 27일 HB파트너스가 서울 역삼동 데이콤빌에서 개최한 '2010 행복한 노후준비를 위한 자산관리전략' 세미나 모습. |
앞서 A씨의 경우 유동자금 중 1억2000만원은 오피스텔 구매에 쓰고, 2억원은 주식에, 나머지 1억원은 연금 가입을 결정했다.
이 같은 자산 포트폴리오로 그는 현재 매월 300만원 대의 고정수입을 얻고 있다.
전문가들은 또 시대에 변화에 맞춰 재테크 전략도 달라져야한다고 지적한다.
은퇴 세대들이 선호하는 부동산보다는 주식과 채권 등 금융 상품에 투자하는 것도 높은 수익과 안전성을 추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신승용 애플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투자 트렌드는 부동산에서 주식펀드, 연금 및 채권으로 변하고 있다"며 "인구감소, 베이비붐세대의 은퇴, 가계부채 증가에 따라 가계 자산 포트폴리오 조정의 필요성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 개인자산의 부동산 비중은 77%에 달하며 베이비붐 세대 72%는 자가 소유자다. 하지만 이중 93%는 가처분소득대비 부채가 90%대에 달한다.
대출을 받아 집을 샀지만 부동산 가치 대부분이 부채에 해당되며 현재 소득으로 이자를 갚기도 버거울 수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한국이 1분기 5.2%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기록하는 등 경기가 차츰 회복되고 있어 주식의 투자 메리트도 점차 증가하고 있다.
신 리서치센터장은 "주식의 경우 시장상황에 민감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그 비중이 감소했지만 점차 회복세를 타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최근 중장년층 중에 주식 투자를 고려하고 있는 사람이 많다.
1가구 2주택자인 권영욱(43, 분당)씨는 "현재 부동산 경기가 안 좋아 주식투자를 고려 중"이라며 "앞으로 중국의 건설 분야나 자동차, 전자제품 등의 전망이 좋다는 얘길 많이 들어서 이들 종목에 분산투자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한국의 개인금융자산보유고는 2004조로 이중 44%가 현금과 예금으로, 주식은 21%, 보험 및 연금 24%, 채권 및 투자신탁이 11%를 차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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