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신회 기자) "유로존(유로화 사용 16개국)이 '머피의 법칙'에 걸려 들었다."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은 27일(현지시간) 그리스 재정위기가 또 다시 불거지자 유로존이 처한 상황을 '머피의 법칙'에 빗댔다. 유로존과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 지원이 가시화하면서 가라앉는 듯했던 그리스발 악재가 오히려 유럽 전역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이날 그리스와 포르투갈의 국가신용등급을 2단계씩 강등했다. 이로써 그리스 국채는 '정크본드'로 전락했고 포르투갈은 '제2의 그리스'로 낙인 찍혔다.
시장은 재빠르게 반응했다. 미국 뉴욕증시 다우지수는 이날 11거래일 만에 심리적 지지선인 1만1000선 아래로 추락했고, '공포지수'로 불리는 변동성지수(VIX)는 2008년 10월 이래 최대 폭인 31% 급등했다. 유럽증시 역시 5개월 만에 낙폭이 가장 컸다. 이날 외환시장에서 유로/달러 환율은 1년래 최저치인 1.31달러대로 추락했다.
유로존 및 IMF로부터 450억유로 규모의 구제금융을 지원 받기로 합의한 그리스가 시장의 신뢰를 잃은 것은 부채 규모가 워낙 큰 탓이다. 그리스의 총 부채 규모는 3000억유로로 추산되고 있다. 그리스는 다음달까지 205억유로를 갚아야 하지만 450억유로의 지원 시기 역시 정해지지 않았다. 바클레이스캐피털은 그리스가 숨통을 트려면 향후 3~5년간 적어도 900억유로의 지원이 필요할 것으로 내다보았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날 그리스에 대한 구제금융 규모가 구체화하지 않는 한 시장의 불신은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슈피겔은 상황을 더 꼬이게 만든 데는 독일의 책임이 크다고 꼬집었다. 독일 정부가 유로존 차원의 구제금융 지원을 꺼리며 잘난 척 조언하면서 시간을 끄는 동안 그리스 사태가 급속히 악화됐다는 것이다. 슈피겔은 그리스가 자생력을 잃게 되면서 다른 유로존 회원국 납세자들의 부담만 커졌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그리스 사태의 공을 쥔 게 결국 독일과 유럽 중앙은행(ECB)이지만 뾰족한 수가 없다는 점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투자자들이 그리스에 대해 우려하는 것은 유동성 문제가 아니라 지불능력이라고 지적했다. 독일과 ECB가 적극적으로 나서려 해도 그리스의 지불능력이 떨어져 행동반경에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FT는 S&P가 이날 포르투갈의 신용등급을 강등한 것은 재정난에 허덕이는 회원국에 대한 유로존의 위기관리 능력을 믿지 못하는 데서 비롯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유로존이 스스로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지 못하면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다른 국가로 파장이 확산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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