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포커스] 유럽 재정위기 확산…탈출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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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04-29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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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럽발 재정위기 '에볼라'처럼 치명적 구제금융 역부족…채무조정설 확산

(아주경제 김신회 기자) 그리스 재정위기가 전염병처럼 번지고 있다. 앙헬 구리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사무총장은 유럽발 재정위기를 '에볼라 바이러스'에 빗댔다.

그리스를 초토화시킨 바이러스는 포르투갈을 거쳐 스페인까지 전염시켰다. '검역관'을 자처하고 있는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스페인도 감염지역으로 선포하고 국가신용등급을 한 단계 떨어뜨렸다.

◇"유럽 재정위기는 '에볼라바이러스'"
감염지역이 급속히 확산되면서 투자자들의 이탈행렬도 이어지고 있다. 28일(현지시간) 스페인의 신용등급 강등 소식이 전해지자 마드리드증시는 3% 급락했다.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1년래 가장 큰 폭 오르며 4.127%를 기록했다. 10년 만기 그리스 국채 수익률은 9.91%로 치솟았고 유로/달러 환율은 1.3135달러로 지난해 4월 이후 최저치로 내려앉았다.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되자 구리아 OECD 사무총장은 이날 독일 베를린에서 블룸버그TV와 가진 인터뷰에서 "문제는 전염 위험이 아니라 전염이 이미 시작됐다는 것"이라며 "(유럽발 재정위기는) 마치 에볼라 바이러스 같다"고 경고했다.

그는 "전염 사실을 깨달았다면 생존을 위해서는 제 다리라도 절단해야 한다"며 "그리스 위기는 모든 위험자산을 뒤흔들며 금융시스템의 안정을 위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도 이날 그리스와 포르투갈, 스페인에 대한 압박 수위가 높아지면 전염병이 아일랜드와 이탈리아 등 부도위험 국가로 급속히 확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가디언은 스페인이 '제2의 그리스'로 부상하자 시장의 우려가 영국으로 쏠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크레딧스위스에 따르면 영국 은행들이 그리스에 물린 돈은 250억파운드 가량인 데 비해 스페인에 연계된 액수는 750억파운드에 달한다.

◇유로존 "위기 전염 막자" 총력
이틀새 역내 3개국이 시장의 뭇매를 맞자 유로존은 위기 확산을 막기 위해 신속한 결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도미니크 스트로스 칸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장 클로드 트리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등은 이날 독일 의회에 모여 그리스에 대한 조속한 지원에 나서기로 의견을 모았다.

앞서 그리스에 450억 유로의 구제금융을 지원하기로 합의했던 유로존과 IMF는 지원 규모를 향후 3년간 최대 1200억 달러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포르투갈과 스페인 정부도 시장의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재정긴축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혔다. 엘레나 살가도 스페인 재무장관은 이날 "2013년까지 재정적자를 EU 상한선 이내로 감축하기 위한 계획을 순차적으로 진행시키고 있다"며 "그리스 상황이 해결되면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주제 소크라테스 포르투갈 총리도 사회민주당 당수와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유로화와 포르투갈에 대한 근거 없는 투기세력의 공격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와 제1야당이 협력하기로 했다"며 "실업수당 정책 변경과 사회보장 급여 관리 강화 등 2011년 예정됐던 조치 중 일부를 올해 앞당겨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구제금융 역부족…'채무조정설' 확산
유로존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는 이번 사태가 구제금융 지원으로 해결될 게 아니라는 주장이 세를 불리고 있다. 부도위험 국가들이 결국 채무조정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다.

세계 최대 채권펀드 핌코의 모하마드 엘 에리언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파이낸셜타임스(FT)에 기고한 글에서 "그리스 위기가 재정문제를 넘어 금융시장으로 확산되고 있다"며 "결국 민간부문이 그리스 채무조정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누리엘 루비니 미국 뉴욕대 교수도 이날 CNBC와의 인터뷰에서 "그리스는 사실상 채무 상환 불능상태이기 때문에 그리스에 대한 유럽의 구제금융은 효력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라며 "채무조정이 필요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리스가 채무조정을 통해 부채 상환 만기를 미루고 그 규모를 줄이기 위해서는 국채 보유자들의 합의가 필요하다. 시장에서는 채무조정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부채 삭감 규모가 20~50%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그리스가 부채를 제 때 갚지 못해 채무조정에 들어가면 투자자들이 그리스 국채에 등을 돌리게 돼 유로존 내 다른 국가가 발행한 채권의 이자율도 오르게 된다. 유로화가 다시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raskol@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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