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의 제31대 총무원장이었던 법장 스님(1941~2005)은 주위 사람이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정을 호소하면 절대로 그냥 돌려보내는 일이 없었다 한다. 주머니를 몽땅 털어서 주기는 물론, 돈이 없으면 나중에라도 만들어서 보내주었다. 한 때 같은 승려였다가 환속한 사람들의 부탁에 냉대하는 일도 없었다.
“부처님의 인연으로 한 솥밥을 먹었고, 같은 이상을 쫓아 노력했지만 업이 다를 뿐 나라고 전생에 그랬던 적이 없었을까? 혹은 내생에 그럴 일이 없을까? 오늘의 모습만 보고 친구를 저버리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
스님은 전국 각지의 승려와 유학 간 가난한 학생 등 수십 명에게 학비를 후원했고 사형제 폐지운동과 생명나눔실천본부 설립 등 생명과 나눔의 정신을 실천했다. 입적 후에도 장기를 기증하고 시신을 의료연구용으로 기증했다. 시신을 기증했으므로 다비식도 취소됐다. 다비식 없는 영결식을 치르기는 종단 역사상 처음이었다.
특히 스님이 생전에 기부보험에 가입했던 사실이 알려져 화제가 되었다. 입적하기 바로 1년 전
![]() |
||
지난 2004년 5월 기부보험 청약서에 서명하는 법장 스님. [사진=현대불교신문] |
스님이 가입했던 상품은 ‘자비보시보험’으로, 불교신자들로 구성된 모 보험대리점에서 창안했다. 스님들이 노후에 기거할 복지관의 운영비를 마련하겠다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이 대리점은 주지승들이 모인 자리에서 기부보험을 소개했고 호응을 받았다. 1년 6개월 동안 주로 승려들이 400여건을 가입했다. 현재까지 유지율도 양호하다. 계약의 90%는 수익자가 조계종 사회복지재단이며 나머지는 사찰 등이라고 한다.
법정 스님과 같은 성직자나 사회지도층이 아니더라도 자신의 생명과 바꾼 보험금으로 행하는 기부는 숭고하고 감동적인 일이다. 이러한 뜻 깊은 기부를 누구나 할 수 있다. 1,000만 원짜리 기부보험은 30세 남자를 기준으로 월 1~2만원이면 된다.
사람들에게 꼭 하고 싶은 일들을 꼽으라고 할 때 10위권 내에 들어가는 소원 중의 하나가 ‘세상에 좋은 일을 해보고 싶다’라고 한다. 소원이라는 말은 그만큼 실현이 어렵다는 의미 아닐까?
그러나 기부보험이라면 어떨까? 지금 당장 시작할 수 있다. 큰 비용이 들지 않는다. 언젠가는 반드시 실현된다. 기부하는 금액도 내가 평소에 선뜻 내놓기 어려운 거액이다. 기부 받은 사람이 그 뜻을 고귀하게 여긴다.
이만하면 매력적이지 않은가?
손제민 삼성생명SA luckyyou@naver.com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