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양강댐 옆 폴크스바겐 CC. (사진=김형욱 기자) |
(아주경제 김형욱 기자) 이달 중순, 춘천 출장길에 '두 얼굴을 가진' 폴크스바겐 CC를 탔다.
춘천고속도로를 따라 소양강댐까지 가는 길, 산 곳곳에는 이른 녹음과 함께 꽃이 만개하며 눈이 즐거웠다. 더욱이 쿠페를 '빙자'한 세단 'CC'를 타고 간 만큼 편안하게 경치를 즐겼다.
CC는 지난해 초 국내에 상륙한 폴크스바겐의 4도어 쿠페다. 하지만 쿠페라고 하기에는 너무 편안하다. 세단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실제 CC란 차명은 컴포트 쿠페(comfort coupe)의 약자다. 유럽, 일본에서는 폴크스바겐의 중형 세단 '파사트'란 이름에 뒤에 'CC'가 붙는 '파사트 CC'다.
양면성은 이름 뿐 아니다. 독일의 '국민차'(폴크스바겐은 독일어로 국민(대중)차란 뜻)다운 기능성과 경제성을 갖추고도 고급스럽다. 폴크스바겐 CC는 이래저래 두 얼굴의 '야누스'를 연상시킨다.
◆쿠페같은 외관, 세단같은 편안함
먼저 외관. 첫 인상은 날렵하다. 차체는 낮고 길다. 쿠페 스타일로 나온 YF쏘나타보다 전장(4796㎜)이 24㎜ 길고, 전고(1422㎜)가 48㎜ 더 낮다.
물론 '진짜 쿠페'인 제네시스 쿱과 비교하면 전고가 37㎜ 높다. 하지만 17㎝ 더 긴 점을 감안하면 외관상 매끄러움은 진짜 쿠페 못지 않다.
둥글고 귀여운 꼬리등(테일램프)을 보면 '아 폴크스바겐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지만 전체적으로는 같은 회사의 소형차 '뉴 비틀'이나 해치백 '골프'를 떠올리면 안 된다.
폴크스바겐 CC 후측면 모습. (출처=폴크스바겐 CC 공식사이트) |
하지만 쿠페라고만 할 수는 없다. 일단 실내 공간이 넓다. 뒷좌석 가운데 수납함이 고정돼 5명 이상이 타기는 어렵지만, 4명이 타기에는 넉넉하다.
승차감도 좋다. 페달과 스티어링 휠(핸들)이 민감한 독일 자동차와는 달리 부드럽다. (그랬을 리 없지만) 마치 한국 시장에 특화한 듯 하다. 그런 만큼 가속 충격도 적고, 고속 주행도 안정적이다.
그렇다고 힘이 없다는 건 아니다. 시승 모델이었던 2000㏄ 디젤 엔진으로도 충분한 힘을 느낄 수 있었다. 참고로 CC는 3600㏄와 2000㏄ 가솔린·디젤 엔진 세 모델이 있다.
스펙(spec.)상 성능은 최고 출력 170마력, 최대 토크 35.7㎏·m다. 또 최고 안전 시속은 224㎞. 전체적으로 골프 고성능 모델인 GTD에 비해 성능이 낮다.
하지만 최대 토크 순간이 가장 활용도가 높은 알피엠(rpm) 구간인 1750~2500rpm이기 때문에 폭발력은 생각보다 좋다. 실제 순간 가속력을 보는 '제로백'(시속 0→100㎞)은 8.6초로 우수한 편.
특히 스포츠 모드에 기어를 S모드로 해 놓으면 웬만한 속도와 힘은 무리없다. (주행이 가능한 곳이라면) 시속 200㎞ 쯤은 가뿐하다.
◆국민차다운 경제성에 고급스러움 겸비
이 차의 또다른 특징은 경제성과 기능성이다.
크기와 성능만 보면 ℓ당 16.2㎞라는 연비는 믿기 어렵다. 서울~춘천 구간을 고속으로 왕복했지만, 계기판의 눈금은 '조금' 내려간 정도. 체감 연비는 경차보다 더 나았다.
넉넉한 수납 공간은 크로스오버차(CUV)로 불리며 요즘 유행하는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보다 낫다. 골프백을 가로가 아니라 세로로 세 개쯤 눕혀놓을 수 있다. 뒷좌석을 눕혀 트렁크와 연결하면 사람도 눕혀 갈 기세다.
폴크스바겐 주행 이미지. (제공=폴크스바겐코리아) |
경제·편의성을 갖춘 '주제'에 고급스럽기까지 하다. 가격도 가격(2000㏄가 5190만원, 3600㏄가 6590만원)이지만 나 같은 '일반 국민'이 타기에는 과분한 기능과 인테리어다.
밤 주행 중 실내등이 켜진 계기판과 센터페시아를 보면 '고급 호텔', '럭셔리' 이런 단어를 연상할 수 있을 것이다. 대부분의 조작키가 회전식으로 돼 있는 것도 '엣지'있다. 그 탓에 처음엔 조작이 쉽지 않지만.
기능도 빼 놓을 수 없다. 표준(normal)·컴포트(comfort)·스포트(sport) 모드의 세 가지 주행 방식 이 있는데 이중 '표준'을 선택하면 DCC란 기능이 노면과 주행 상황에 따라 알아서 주행 방식을 조절해 준다.
지름 5㎜ 이하의 이물질로 인한 펑크 정도는 타이어가 알아서 복구해 준다. 모빌리티 타이어란 거다.
폴크스바겐 골프, 티구안에도 있는 자동 주차 보조시스템 '파크 어시스트' 기능, 주행 방향에 따라 비춰지는 밤길 보조등 정도는 기본이다.
물론 단점도 있다. 앞서 언급했듯 조작키가 다소 복잡하다. 직관적이지 않다. 대부분 수입차가 그렇지만 내비게이션을 빼면 대부분 설명이 영어다. 수입차 마니아에게 '영어 울렁증'은 여전히 극복해야 할 과제.
그 밖에 넓은 썬루프가 '찔끔'밖에 안 열리는 점, 사이드미러가 자동으로 열리고 접히지 않는다는 점은 '고급차 치고는' 아쉬웠다. 구매를 고려하는 사람은 참고해 두자.
실내 모습. 참고로 밤에 봐야 더 럭셔리하다. (사진=김형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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