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신기림 기자) 20세기 말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글로벌 증시에서는 휘발성 정보 하나에 희비가 엇갈리는 경우가 허다했다.
기업가들도 분기별 실적보고서에 연연하며 장기적 관점의 성장에 대해서는 눈을 감아 버렸다. 관성은 뉴밀레니엄시대에도 이어져 글로벌 증시는 요즘도 하루가 멀다하고 출렁거리고 있다.
2000년대 초반 금융시장은 미국 에너지 기업 엔론과 통신기업 월드컴의 회계부정 사건으로 얼룩졌고 2008년 9월 리먼브라더스의 파산으로 불거진 금융위기는 아직도 세계 경제를 뒤흔들고 있다.
악재가 이어지면서 기업가에 대한 시장의 신뢰는 무너졌지만 이들은 여전히 단기 투자자들의 이익을 보장하고 자신의 연봉을 늘리는 데 여념이 없다.
하지만 장기적인 비전 없는 조직 운영 모델은 다양한 가치를 추구하는 신세대 직원들을 만족시킬 수 없을 뿐 더러 궁극적으로 기업의 존폐까지 위협할 수 있다. 장기적인 비전을 통해 고객의 이익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실질적인 리더가 명목상 리더를 대체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빌 조지 하버드비즈니스스쿨 경영학 교수는 최근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블로그(blogs.hbr.org)에서 상명하달식 위계질서만으로 21세기형 조직을 이끌 수는 없다며 미래형 리더가 갖춰야 할 4가지 덕목을 소개했다.
조지 교수는 미래형 기업가라면 무엇보다 조직원들이 기업이 추구하는 가치를 몸에 익혀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조정자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양성이 강조되는 현대 사회에서 조직우너 각자가 추구하는 다양한 가치 가운데 공통 분모를 추려, 기업이 좇는 가치와 융합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다양한 문화권 출신의 직원들이 동일한 기업 가치를 추구할 수 있도록 이끄는 일은 매출 목표치를 달성하는 것 보다 힘들지만 세계화시대에 결코 피할 수 없는 책무라고 강조했다.
조정 과정을 거친 조직원들은 회사에 대한 충성심이 누구보다 커져 기업이 추구하는 것 이상의 가치를 실현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갖게 된다. 미국 최대 생활용품업체인 존슨앤존슨(J&J)의 '크레도(Credo)'는 기업의 윤리경영 가치를 구성원들에게 내재화해 기업문화로 일궈낸 대표적인 사례다.
조지 교수는 조직원들의 자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권력을 이양하는 아량도 베풀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위계질서를 강조하는 리더들은 흔히 조직 전체에 대한 통제권을 손에서 놓으려 하지 않는다. 권한의 범위가 제한된 조직원들은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내놓아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 기업의 성장이 정체된다.
반면 지위를 막론하고 모든 직원들을 대상으로 필요한 의사결정권을 부여할 경우 업무효율성은 높아지게 마련이다. 조지 교수는 특히 일선에서 기업 활동을 책임지고 있는 실무진에게는 더욱 광범위한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주어진 권한만큼 책임도 커야 하기 때문에 세밀한 평가시스템이 전제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미래형 기업가는 주주뿐 아니라 고객에 대한 봉사정신도 남 달라야 한다. 20세기형 리더들은 기업에 직접 투자한 주주들의 이익을 최대한 늘리기 위해 노력했지만 21세기형 리더에게는 전체 고객의 이익을 대변하겠다는 자세가 필요하다.
경영 전문가들은 2008년 전 세계가 금융위기 충격에 휩싸이 게 된 이유 가운데 하나는 기업가들이 월가의 고액 투자자들에게 지나치게 귀를 기울인 나머지 고객의 소리를 무시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고객들에게 경쟁사보다 뛰어난 가치를 제공하지 못하는 기업은 결국 경쟁에서 밀리게 마련이다.
조지 교수는 조직원이 보람을 느끼는 때는 고객에게 필요한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했을 때라며 자신이 속한 기업의 주가가 높아진다고 업무 동기가 부여되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그는 기업이 꾸준히 성장하기 위해서는 주주들이 아니라 전체 고객에 초점을 맞춰야 하며 고객을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조직원 전체가 충분히 동기화돼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밖에 조지 교수는 통합력도 21세기형 리더가 갖춰야 할 덕목으로 꼽았다. 최근 기업이 처해 있는 환경은 1인 최고경영자(CEO)나 하나의 조직이 감당하기엔 너무 복잡하기 때문에 부서간 원활한 의사소통이 필수적이다. 때문에 리더는 조직간, 경쟁사간 경계를 허물고 이를 한 데 모을 수 있는 통합력을 길러 내부 조직간 불필요한 편가르기 관행을 없애야 한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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