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 박광무 문화예술국장 |
세계 음악계의 심장부에 서 있는 이 청년은 불과 10년 전에만 해도 빈민가의 초라한 소년이었다. 그가 어떻게 세계 최정상의 오케스트라인 베를린 필하모닉에 입단할 수 있었을까.
얼마 전 한 기자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그는 “마약과 무기 밀매상이 들끓던 도시음지에서 평생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런 그가 처음 악기를 잡은 것은 아홉 살 때. 베네수엘라 정부의 ‘엘 시스테마’ 프로그램덕분이었다. 엘 시스테마는 저소득층 자녀들에게 악기를 무상으로 주고 음악을 교육하는 예술창의인성 프로그램이다. 에딕슨 루이스는 엘 시스테마 활동으로 오케스트라를 시작해 베를린 필하모닉 지휘자 사이먼 래틀에 발탁돼 음악가로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한국판 엘 시스테마’도 있다. 부산 ‘소년의 집’ 오케스트라다. 1979년 시작한 이 오케스트라는 지휘자 정명훈, 바이올리니스트 사라 장 등의 세계 최정상의 음악가와 연주하며 꿈과 희망을 키우고 있다. 엘 시스테마의 창시자인 안토니오 아브레우 박사도 지난 2008년 한국 방문 당시 소년의 집 오케스트라의 공연을 보고 난 뒤 크게 감명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들은 음악을 통해 가난과 좌절을 희망과 행복으로 바꾸었다.
예술교육의 목적이 클래식 인재의 발굴에만 있을까. 앞서 말한 엘 시스테마의 목적은 인재를 키워내는 데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이 프로그램을 추진하는 ‘베네수엘라 음악 교육 재단’은 우리의 첫 번째 목적은 전문 연주가로 성장시키는 것이 아니라 그들을 범죄와 마약에서 구출하는 것이라고 했다. 실제 프로그램 시행 이후 청소년 범죄율은 눈에 띄게 줄었다고 한다. 청소년 정서를 순화시키고자 시작한 프로그램이 클래식 인재까지 길러낸 셈인 것이다.
부산 소년의 집 오케스트라의 연주가 미국 카네기홀에서 노신사의 가슴을 울릴 수 있었던 것 역시 음악 신동의 완벽한 연주가 아닌 음악으로 기쁨을 얻는 아이들의 모습이 아니었을까.
내가 생각하는 문화에 외떨어진 분들을 위한, 아니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한 예술교육의 첫 번째 목표는 ‘즐거움’이다. 주변에 있는 다양한 소리를 느끼고, 노래를 부르고, 악기를 연주함을 통해 음악을 경험하는 것은 즐거움을 발견할 때 비로소 더 큰 결실을 맺을 수 있다.
꽃피는 5월, 한국의 서울 코엑스에서는 ‘즐거운’ 축제가 열린다. 전 세계 예술교육 관계자들의 담론의 장인 ‘2010 유네스코 세계문화예술교육대회’가 열린다. 올 해로 2회째인 이번 대회에는 유네스코 첫 여성 사무총장인 이리나 보코바를 비롯한 190여 개국, 약 2000여 명의 전문가와 일반인이 참가 할 예정이다.
2006년 포르투갈 1차 대회가 예술교육에 대한 중요성과 필요성을 다지는 자리였다면, 이번 대회는 사람들이 함께 할 있는 예술교육의 실행 안에 대한 구체적 논의가 이뤄질 것이다. 또한 기존 서구 중심으로 논의되어온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국제적인 담론을 아시아와 아프리카에서도 공유하고 더욱 발전시킬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러한 토론 주제 중에는 문화소외계층을 위한 예술교육 실행방안도 역시 포함돼 있다. 어떤 주제로, 어떤 내용을 논하던 간에 예술교육이 추구하는 첫 번째 목표는 ‘즐거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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