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신회 기자) 유로존(유로화 사용 16개국)과 국제통화기금(IMF)이 그리스에 1100억유로를 지원하기로 했지만 시장의 불신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재정위기 파장은 오히려 스페인과 포르투갈 등 주변국으로 빠르게 번지며 국제 금융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시장 분석가들은 그리스에 대한 구제금융 협상 타결이 그리스 사태의 끝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오산이라고 지적한다.
◇그리스 사태는 '진행형'
파이낸셜타임스(FT) 칼럼니스트인 마틴 울프는 4일(현지시간) 유로존과 IMF의 그리스 구제금융 지원안이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했다. 이 자금은 향후 2년간 그리스를 재정압박에서 자유롭게 해줄 뿐 그 이후를 담보해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경제 성장을 위해서는 긴축 과정에서도 채권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스 정부는 강력한 긴축에 나서 2014년까지 재정적자 규모를 국내총생산(GDP)의 2.6%로 줄일 방침이다. 하지만 같은해 공공부채 규모는 GDP의 150%에 달하게 될 전망이다.
바클레이스캐피털은 그리스가 올해 180억유로의 자금을 채권시장에서 끌어모은 데 이어 370억유로를 더 필요로 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탈리아와 스페인, 포르투갈은 올해 각각 2500억유로, 970억유로, 210억유로의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상황이다. 유로존 전체로는 9800억유로에 달한다.
◇"부채 구조조정이 돌파구"
때문에 울프는 그리스가 결국 부채 구조조정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앞서 채권펀드 핌코의 모하마드 엘 에리언 최고경영자(CEO)와 누리엘 루비니 미국 뉴욕대 교수 등도 부채조정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는 그리스 정부가 최근 투자은행 라자드와 자문계약을 맺은 것이 부채 구조조정을 위한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시장에서는 스페인과 포르투갈이 부채 조정에 나설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하고 있지만 국채 수익률 상승세와 함께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짐 리드 도이체방크 투자전략가는 "그리스에 대한 구제금융 지원 협상의 단기적인 성공여부는 스페인과 포르투갈 등 주변국의 국채 수익률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스가 부채 조정에 나설 경우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은 두 가지다. 국채 보유자들과의 협상을 통해 만기를 연기하거나 부채 규모를 줄이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20% 가량의 부채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문제는 그리스가 부채 조정에 성공해도 유로존 위기가 확대 재생산될 수 있다는 점이다. 바클레이스캐피털이 추산한 그리스의 공공부채는 2950억유로에 달하는 데 이 가운데 800억유로의 채권을 프랑스와 독일 금융기관이 보유하고 있다. 그리스의 부채 규모가 삭감되면 이들 금융기관은 물론 국내 투자자들도 충격을 피할 수 없다.
시장에서는 5일로 예정된 5년 만기 스페인 국채 경매(30억유로 규모)를 그리스에 대한 구제금융 협상 타결의 성공 여부를 가늠하는 분수령으로 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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