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서민금융 발목 잡는 50%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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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06-14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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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고득관 기자) 좋은 규제는 시장 실패를 막고 나쁜 규제는 정부 실패를 불러온다.

좋은 규제는 산업보다 빨리 가고 나쁜 규제는 산업보다 한참 뒤에서 걸어온다.

여전업계의 본업 비율 '50%룰'이 대표적인 나쁜 규제의 예가 아닌가 싶다. 카드사, 캐피탈사, 리스사등 여신전문금융회사는 부수적인 영업을 본업보다 더 많이 할 수 없다는 규정이다.

이 규제는 카드대란 때 생겼다. 카드사들이 본업에 속하는 신용판매보다 현금서비스를 크게 늘리면서 부실이 발생하자 현금서비스와 카드론을 합한 영업액이 신용판매를 넘어서지 못하게 규제한 것이다.

문제는 현재의 캐피탈사들이다. 대부분의 캐피탈사들은 자동차금융이나 기업금융과 더불어 소비자금융상품인 소액신용대출을 취급하고 있다. 이들은 소액신용대출을 늘리고 싶어한다. 자동차금융의 경쟁 강도가 높아지고 있고 대부업체들의 양호한 실적으로 소액신용대출의 수익성도 검증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소 캐피탈사들은 신용대출을 늘리고 싶어도 늘릴 수가 없다. 50%룰이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카드대란 당시 50%를 상회했던 현금서비스와 카드론의 비중은 20%대로 낮아졌다. 카드사들도 리스크를 고려해 대출 업무 비중을 조절하고 있다. 일반인들의 지출 가운데 카드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고 카드 결제 네트워크가 광범위하게 보급되면서 신용판매로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카드사들은 이 규정을 풀어줘도 카드대란 때처럼 현금서비스를 마구잡이로 풀지 않을 것이다.

은행권, 보험업권 등 타금융권에는 본업 비율을 근거로 부수 업무 자체를 제한하는 규정이 없다.

현 정권은 기회가 될 때마다 서민금융 활성화를 부르짖어 왔다. 캐피탈사들이 서민대출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입하는 것은 금융 소비자에게도 분명 이득이다. 소액신용대출시장의 금리가 높은 것은 이 시장이 전형적인 수요 초과 상태이기 때문이다. 공급이 확대되면 가격은 떨어지기 마련이다.

규제 개혁의 속도는 산업 발전보다 빨라야 한다. 캐피탈산업은 2010년을 살면서 그보다 더 먼 미래를 준비하고 있는데 50%룰은 아직도 2003년에 머물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곰곰이 따져보길 바란다.

dk@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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