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정몽준 대표, 사퇴가 아닌 책임정치를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입력 2010-06-03 13:50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김희준 기자
(아주경제 김희준 기자) 실로 박빙의 선거였다. 엎치락 뒤치락하던 선거판세는 새벽까지 후보들의 마음을 졸이다가 승부의 끈을 놓았다. 결과는 한나라당도, 민주당도 아닌 시민의 승리였다. 집권여당에게는 독선적 정책에 대한 경고를, 야당에게는 중앙정치에 대한 지방자치의 절묘한 견제의 수를 놓았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선거전 각종 여론조사에서 우세를 점쳤던 한나라당으로서는 쓰디쓴 패배가 아닐 수 없다. 또한 이제는 지역구도와 북풍을 극복하고 주관있는 정치관을 확립한 국민의 힘을 제대로 느꼈을 꼬박 하루다. 선거의 '금과옥조'처럼 여겨졌던 모든 변수가 무용하게 된 까닭이다.

하지만 구태를 벗은 선거결과에서 선거 다음날 정몽준 대표의 행보는 매우 실망스럽다. 정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는 이날 오전 지방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전격 사퇴한 것이다. 이에 정정길 대통령실장도 지방선거 결과에 책임을 지고 이날 오전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사의를 표했다.

지방선거 패배의 책임은 그동안 정부 정책의 조력자로서 민심을 제대로 잃지 못한 여당에 있고, 당수인 정 대표에게 많은 부분 함께 한다. 하지만 패배의 책임을 단순히 총사태로 마무리한다는 것은 결국 과거 선거의 구태를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다.

지방선거에 패배한 여당의 약점과 보완대책을 가장 잘 읽고 있는 이는 정 대표다. 현재까지 각 지방의 지원유세를 통해 국민들의 생활상을 가장 잘 답습하고 읽고 있는 이 또한 정 대표다. 이러한 여당 대표가 이제 만신창이가 된 여당을 선거패배 다음날 무거운 짐을 던지듯이 물러나는 것은 전혀 '책임'지는 자세가 아니다. 아니 정 대표의 진정한 책임은 흐트러진 당심을 수습하고 지방선거에 외면당한 여당을 다시 정상궤도로 올려놓을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h9913@ajnews.co.kr
[아주경제 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