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배인선 기자) 휴대폰 사용자만 7억명--세계 최대 휴대폰 시장. 자동차 판매량이 1300만대(2008년 기준)--미국보다 더 큰 자동차 시장. '세계의 시장'으로 거듭난 중국의 성적표이다.
전 지구에서 가장 매력적인 시장인 중국, 전세계 기업의 중국 시장 진출은 이젠 언급조차 필요없을 만큼 진부한 화제다. 그러나 중국 시장의 이면을 들여다 보면 중국은 여전히 무척 '새롭다'.중국 진출 기업과 투자자의 끊임 없는 연구과 공부의 필요성이 요구되는 이유다.
그러나 많은 기업과 투자자들은 중국 시장의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지 못하다고 JP모건의 CIO(최고전략책임자) 마이클 셈발레스트(Michael Cembalest)는 지적한다.
그는 ‘13억 인구’, ‘세계 최대’라는 수식어에 가려 많은 투자자들이 정작 중국 시장에 대한 몇 가지 중요한 사실을 지나쳐 버릴 염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 중산층 규모는 엄청나다?
중국 중산층이 매우 두텁다고 단언할 수 없다.
중산층은 소비시장을 이끄는 주체세력이다. 일반적으로 중산층에 대한 정의는 학자마다 다르다.
미국 포브스지에서 기고자로 활동하는 왕이룬(王艾倫·Helen Wang)은 최근 자신의 저서에서 중국 중산층을 '24-45세 사이의 학사 이상의 학력 소지자로 연봉이 1000달러에서 6만 달러 이하인 계층'으로 정의했다. 여기에 따르면 중국 13억 인구 중 중산층은 3억명에 달하며, 이는 미국 전체 인구보다 많은 수치다.
반면 미국 저명한 사회과학연구소인 브루킹스(Brookings) 연구소는 '소득이 포르투갈의 중·저소득계층과 룩셈부르크 인구의 평균수입의 2배 사이'인 계층을 중산층이라고 정의했다. 이 정의에 따르면 중국의 중산층 인구 숫자는 2015년에야 비로소 미국을 넘어선다.
즉, 중산층의 정의에 따라 중국 증산층 규모에 대한 해석이 엇갈리는 만큼, 기업은 정확한 소비타켓을 지정해 그들의 경제적 능력과 소비성향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
◆ 중국인은 통장에 돈이 많다?
그렇다. 중국의 저축률은 매우 높다. 그러나 이것은 결코 그들의 소비능력이 높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HSBC생명보험은 중국 주민들은 매달 소득의 45%를 은행에 저축한다는 통계자료를 발표한 바 있다.즉, 수입의 상당부분을 소비보다는 저축에 할애하고 있다는 의미다.
게다가 중국 불균형한 성별비도 중국의 구매력을 떨어뜨리고 있다. 전통적인 남아선호 사상으로 인해 중국에는 남성이 여성보다 많은 남초(男超)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일반적으로 남성의 저축률은 여성보다 높고, 또한 남성의 소비경향은 여성보다 강하지 않아 남초현상은 중국 중산층의 구매력이 미국보다 떨어지는 주된 요인이 되고 있다.
결론 적으로 높은 저축률·사회불안 및 남초현상 등으로 인해 중국 중산층의 구매력은 '아직' 미국인처럼 높지 않다.
◆중국의 부자는 상하이·베이징에 산다?
중국인이 중산층에 편입되면 가장 먼저 구매하는 것이 바로 승용차, 그 다음이 바로 명품 브랜드 상품이다. 중국인들은 특히 루이비통이나 구찌 브랜드를 매우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명품 브랜드업체가 중국 시장 공략시 주의해야할 점은 시야를 베이징이나 상하이에만 국한시키지 말라는 점이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2005년 중국 내 70여개 도시에 70%의 중산층이 거주하고 있다는 통계자료를 내놓았다. 지난 5년 간 중국 내 중산층 숫자가 빠르게 증가한 것을 감안해 보면 현재 중국 내 240여개 도시에 70% 중산층이 분포하고 있다는 것이 마이클의 주장이다.
◆ 중국인은 외제라면 다 좋아한다?
중국인이 외국 브랜드라고 무조건 선호한다는 고정관념도 버려야 한다고 JP모건의 마이클은 지적한다.
몇몇 연구조사에 따르면 중국인은 유럽 쪽 브랜드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인은 오히려 미국이나 일본 브랜드에 대해서는 거부감을 가지고 있으며, 심지어 ‘매이드 인 차이나’가 더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다고 마이클은 전했다.
그는 중국인이 왜 유럽 브랜드를 선호하는 지에 대한 해석은 밝히지 않았지만, 다국적 기업들이 중국 소비자의 편향된 기호와 중국인의 ‘자민족주의’ 성향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마이클은 마지막으로 중국 증시의 특성을 이해할 것을 주문했다. 중국 증시에서 소비기업의 비중이 매우 미미하다.
중국 증시 시가총액에서 소비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겨우 5%. 일본의 20%, 프랑스의 15%에 비하면 매우 미미한 수준이다. 다른 나라와는 달리 중국에서는 에너지나 금융주가 주식시장을 견인한다.
더군다나 2007년 말 글로벌 금융위기가 덮친 이래 중국 증시는 GDP의 두자릿수 성장세와 상관없이 제멋대로 움직여 왔다. 특히 경기부양책이나 시장과열억제책 등 중국 정부의 정책이 중국 증시를 좌지우지한다. 따라서 중국 증시는 일반 소비기업의 수익성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다고 마이클은 지적했다.
baeinsu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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