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젊은 피? 시스탬 혁신이 먼저다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입력 2010-06-14 18:28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아주경제 송정훈 기자) 프랑스의 나폴레옹이 쿠데타를 일으켜 황자가 됐던 것처럼 그의 조카인 루이 보나파르트도 쿠데타로 새로운 황제가 됐다. 이에 사회학자 칼 마르크스는 “역사는 두 번 반복된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도 ‘젊은 피 수혈’이라는 역사가 반복될 조짐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14일 청와대와 내각의 인적쇄신에서 젊은 인재들을 수혈해야 한다고 ‘세대교체론’을 들고 나왔다. 젊은 감각으로 국민 등과 소통할 수 있는 새로운 인적자본을 정부와 여당에 투입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젊은 피’ 수혈은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창시자나 마찬가지다. 1990년대 중반부터 김 전 대통령은 87년 6월 항쟁 이후 재야에 머물고 있는 386 운동권 출신, 변호사 등 젊은 인재를 대대적으로 공천했다. 15대 국회에 입성한 추미애 정동영 의원, 김민석 전 의원 등이 대표적인 젊은 피였다. 16대 국회에서도 김부겸 의원, 송영길 김성호 임종석 김영춘 전 의원 등이 젊은 피로 국회에 화려하게 입성했다. 특히 16대 국회에선 227개 지역구에서 현역의원 207명 중 41.8%인 86명이 낙선하는 등 강력한 세대교체가 일어나기도 했다.

그러나 여야의 상시적 갈등 구조 등 정치시스템에 대한 근본적 수술 없이 단행된 젊은 피 수혈은 정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정치신인들이 헌피로 전락해갔고, 지난 18대 총선에서는 젊은 피로 당선됐던 386 운동권 출신들이 대거 낙선하고 말았다.

지난 6∙2 지방선거 이후 이 대통령은 전방위 국정쇄신 압박에 고심에 고심을 거듭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전국에 생중계된 TV∙라디오 연설을 통해 집권후반기 국정운영을 뒷받침하기 위해 40대 중반∼50대 초반 인사들을 당정청에 골고루 투입하는 세대교체 필요성을 역설했다.

문제는 여권의 운영시스템을 그대로 둔 채, 젊은 피만 수혈하는 것은 별로 도움이 안된다는 게 과거의 경험에서 얻은 교훈이다. 이 대통령의 일방적인 국정운영 스타일이나, 청와대 홍보수석실 등 옥상옥 구조, 한나라당의 계파분열 등 퇴행적 구조를 유지한 채 인적요소만 물갈이 한다 해서 과연 성공적으로 국정운영을 할 수 있겠는가. 젊은 피 수혈보다는 현정부의 운영시스템 혁신이 우선시 돼야 한다. 

songhddn@ajnews.co.kr
[아주경제 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