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인민은행(PBOC)이 위안화 환율 유연성을 확대하기 위해 2년간 유지했던 달러 페그제 종료 방침을 시사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조치가 위안화 절상을 예고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하지만 인민은행은 시장의 관심사인 위안화 절상폭과 시기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21일에는 위안화 기준환율을 지난 주말과 같은 달러당 6.8275위안으로 고시해 세계 금융시장을 실망시켰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중국의 위안화 환율제도 개혁 방향과 관련, 점진적 절상 가능성이 가장 크다며 4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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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위안화 2.1% 절상시 국제 금융시장 반응(오른쪽 맨 위부터 국제유가, 홍콩 항셍지수, 달러화 대비 위안화 가치, 10년 만기 미국채·출처:월스트리트저널) |
◇점진적 절상
중국 정책결정자들 사이에는 중국 경제가 달러 페그제를 폐지하고 관리변동환율제(복수통화바스켓)로 복귀하는 데 따른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회복력을 갖췄다는 확신이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미미한 외부 수요와 유럽 재정위기는 여전히 경계해야 할 대상으로 꼽히고 있다.
그렇다고 국제사회의 비판여론을 무시하고 위안화 절상을 마냥 미룰 수도 없는 상황이다. 티머시 가이트너 미국 재무장관도 인민은행의 성명 발표 직후 말보다는 행동이 중요하다며 신중한 입장을 나타냈다.
때문에 현재로서는 중국이 점진적인 위안화 절상에 나설 가능성이 가장 크다. 인민은행도 지난 19일 발표한 성명에서 점진적인 환율제도 개혁에 나서겠다며 대폭적이거나 단발적인 위안화 절상 가능성을 배제했다.
중국이 점진적인 위안화 절상에 나서는 경우에는 세계 경제 회복세가 완연해질 때까지 수개월간 위안화 환율의 하루 변동폭을 확대할 공산이 크다. 현재 위안화의 하루 환율 변동폭은 달러화에 대해 ±0.5%, 유로화나 엔화 등에 대해서는 ±3%다.
◇'업&다운' 쌍방향 변동성 확대
인민은행은 위안화 환율 변동성을 확대하겠다고 했지만 이 조치가 꼭 위안화 절상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인민은행은 이번 성명에서 시장 상황에 따라 위안화 가치가 오를 수도 있지만 떨어질 수도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위안화 가치가 일방적으로 절상될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를 거스를 수 있다는 얘기다.
시장에서 위안화 절상을 기대하는 것은 학습효과 탓이다. 달러화에 대한 위안화의 하루 환율 변동폭은 ±0.5%이지만 위안화 가치가 달러화에 대해 0.1% 이상 하락한 경우는 극히 드물다. 히
위안화 환율을 복수 통화바스켓에 연동하는 관리변동환율제를 도입한 2005년 7월에서 달러 페그제로 회귀한 2008년 7월 사이 달러화 대비 위안화 가치는 20% 이상 급등했다.
하지만 로이터는 중국이 2005~2008년 경험한 투기자금 유입을 봉쇄하기 위해 위안화가 자유자재로 등락할 수 있도록 변동성을 크게 늘릴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세계 주요 통화에 대해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면 위안화 가치를 소폭 올리고, 반대의 경우에는 그간의 가치 상승분을 털어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초기 대폭 절상
위안화 절상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환차익을 노린 투기세력의 유입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핫머니의 폐해를 경험한 중국으로서는 투기세력이 시장에 뛰어들 기회를 빼앗기 위해 초기에 큰 폭으로 위안화 가치를 끌어올릴 가능성도 있다.
이렇게 되면 이번 조치가 '립서비스'에 그치지 않을지 경계하며 중국에 조속한 '행동'을 촉구하고 있는 미 의회 강경파의 호응도 얻어낼 수 있다.
하지만 로이터는 기존 환율정책을 180도 뒤짚는 것과 다름 없는 이같은 행보는 정치적 부담이 워낙 크기 때문에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인민은행도 이번 성명에서 대폭적이거나 단발적인 절상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유럽 재정위기와 같은 외부 악재 역시 중국의 환율제도 개혁 폭에 제약을 주고 있다.
◇현상유지
인민은행이 이번 성명을 발표한 시점도 눈여결 볼 대목이다. 중국이 오는 26~27일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일주일 앞두고 환율제도 개혁 방침을 밝힌 것은 국제사회의 여론을 의식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번 정상회의에서도 위안화 환율문제와 그로 인한 무역 불균형 문제가 주요 이슈로 다뤄질 전망이기 때문이다.
다급한 중국으로서는 일단 국제사회의 비판 여지를 줄인 뒤 G20 회의 이후 환율 개혁 방침을 '없던 일'로 하면 그만이라는 꼼수도 동원할 수 있다. 이 경우 외부 압력에 굴복했다는 내부 강경파의 비판도 피해갈 수 있다.
중국이 기존 환율제도를 고수하겠다며 내세울 타당한 이유가 없는 것도 아니다. 위안화 환율은 현재 '1달러=6.83위안'으로 고정돼 있지만 달러화를 제외한 일부 바스켓 통화에 대해 위안화는 최근 수개월간 강세를 기록했다.
하지만 중국이 현재의 환율제도를 그대로 유지할 가능성 역시 거의 없다는 게 로이터의 지적이다. 페그제를 고수하는 데 따른 미 의회의 반발과 신뢰저하라는 부담이 워낙 큰 탓이다. 더욱이 인민은행은 이번에 발표한 성명에서 중국 고위 정치 지도자들이 이미 페그제를 폐지하자는 데 의견일치를 봤다고 전했다.
raskol@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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