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새벽 남아공 포트엘리자베스에서 열린 월드컵 16강전에서 한국축구대표팀이 우루과이에 패하며 8강 진출에 실패했다. 경기가 끝난 뒤 허정무 감독이 박지성을 위로하고 있다. |
(아주경제 이미호 기자) "결과는 이미 정해졌다. 8강에 가고 싶은 열망이 있었지만 아쉽다. 선수들이 최선을 다해줘 고맙게 생각한다. 우리는 찬스가 많았지만 골을 넣지 못했고, 우루과이는 쉽게 골을 넣었다."
허정무 축구대표팀 감독은 27일(한국시간) 우루과이와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16강전에서 1-2 패배를 당한 뒤 담담한 표정으로 기자회견에 나섰다.
허 감독은 득점 찬스를 살리지 못한 골 결정력 부족을 패인으로 지적했다.
그는 "우루과이 선수들의 개인기가 뛰어났지만 우리도 못지 않는 등 경기 자체는 좋았다"며 "하지만 우루과이는 골을 쉽게 넣었고 우리는 그렇게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허 감독은 한국 축구가 '수비수 천대'를 근절해야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허 감독은 "국내 리그에서도 공격수보다는 수비수가 천대를 받고 있으니 자꾸 공격수만 하려고 하지 않느냐"면서 "앞으로 수비진에 좋은 선수가 나타나야 하고 공격수 뿐만 아니라 수비수의 개인적 기술도 반드시 다듬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이번 경기에서 한국 대표팀은 어떤 상황에서도 절대로 포기하지 않는 '불굴의 의지'를 보여줬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앞으로의 거취에 대해서는 "어떤 형태로든 한국이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는데 도움을 주고 싶다"고 대답했다.
한편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 대표팀 '캡틴'을 맡아 23명 태극전사들의 구심점 역할을 했던 박지성(29·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은 "졌다는 사실이 가장 아쉽다"며 "충분히 이길 수 있었고 선수들도 그런 모습을 보여줬다"고 경기 소감을 밝혔다.
월드컵 대표팀 해체를 앞두고 주장 완장을 놓게 된 것에 대해서는 "나의 월드컵이 끝났다는 생각에 아쉽기도 하고 후회도 된다"며 "다만 주장으로서 내가 던진 말에 선수들 모두 수긍하고 따라와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대표팀 은퇴 시기 관련 "2011년 아시안컵 무대에서 꼭 우승해 멋지게 은퇴하고 싶다"며 "다음 월드컵은 생각 자체를 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우루과이와 경기에서 석패한 뒤 그라운드에 누워 뜨거운 눈물을 쏟은 차두리(30·프라이부르크)는 "이렇게 큰 무대에 다시 올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울었다"고 말했다.
차두리는 "승패를 떠나 월드컵 기간에 행복했다"며 "월드컵 팀을 보는 것만으로도 좋아하는 가난한 어린이들을 보면서 우리가 희망을 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인간주의적 면모를 보였다.
이밖에도 안정환(34·다롄 스더)과 이운재(37·수원)는 후배들과 주전 경쟁을 뚫지 못한 채 벤치만을 달구고 월드컵과의 인연을 마감했다.
'진공 청소기' 김남일(33·톰 톰스크)과 '날쌘돌이' 이영표(33·알 힐랄)도 적지 않은 나이에 후배들과 호흡을 맞췄지만 이번 대회를 끝으로 월드컵에서 퇴장한다.
이동국(31·전북)은 12년만에 찾아온 월드컵에서 단 38분밖에 뛰지 못하고 허무하게 마감했다.
miholee@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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