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지성 기자) 세종시 수정법안이 29일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되면서 이곳에 투자 방침을 밝혔던 기업들이 계획을 원점으로 되돌리고 있다.
삼성, 웅진, 롯데, 한화 등 4대 투자 기업들은 세종시 수정법안의 본회의 부결 후 세종시 투자 계획을 시작부터 재검토하거나 대체부지 등 대안을 마련할 의사를 내비쳤다. 경제계 일각에서는 투자 차질을 우려해 정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냈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수정안이 최종 부결됐기 때문에 대체 부지를 찾아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설명했다. 투자계획을 원점에서부터 다시 검토할 의사를 밝힌 셈이다.
삼성은 세종시 원안은 기업 유인 요인이 적어 매력이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무엇보다 기업에 할당된 부지 면적이 79만3000㎡(24만평)에 지나지 않아 삼성이 들어가기에는 물리적으로 어렵다는 판단이다.
삼성은 당초 세종시 수정안에 발맞춰 그린에너지와 헬스케어 사업에 2조5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을 밝혔는데, 이를 위해서는 적어도 165만2800㎡(50만평)의 부지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
웅진그룹도 2020년까지 세종시 66만㎡ 부지에 9000억원을 투자해 웅진코웨이와 웅진에너지, 웅진케미칼 3개 계열사의 공장 및 연구개발(R&D) 센터를 지으려던 계획을 전면 재검토하기로 했다.
웅진 관계자는 “지역과 세제 혜택 같은 인센티브 등의 조건이 좋아서 세종시 입주를 기대했는데 결과적으로 아쉽게 됐다”며, “웅진에너지 제3공장의 착공을 더 이상 미룰 수 없기 때문에 계열사와 협의해서 대체 부지 마련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그룹 역시 세종시 원안은 수정안에서의 인센티브가 없어지는 만큼 식품바이오연구소 설립 계획을 재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수정안이 폐기돼 원안으로 돌아간 만큼 연구소 설립 계획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게 기본 입장”이라고 밝혔다.
한화그룹도 원점 재검토에 들어갈 계획이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여러가지 인센티브를 전제로 하는 세종시 투자 계획을 다시 검토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밝혔다. 한화는 국방미래기술연구소를 연내에 착공할 계획이었다.
또 한화그룹은 수정법안의 국회통과를 전제로 정부와 투자에 관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수정법안의 부결은 정부와 한화의 계약을 무효로 만들었기 때문에 투자 계획의 재검토가 불가피 하다.
경제계에서는 수정안의 최종 부결로 투자의사를 밝혔던 기업들이 계획에 차질이 예상되는 만큼 정부 차원에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전경련의 한 관계자는 “수정안이 폐기된 후에 원안에다 플러스알파를 한다 해도 시간이 걸리게 될 것이고, 관련해서 또 다른 쟁점이 발생할 수도 있다”면서 “애초 기업들이 예상했던 메리트들이 없어진 것이어서 기업들이 세종시에 투자할 이유가 없을 것”이라는 의견을 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세종시 수정안의 본회의 부결을 아쉽게 생각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현석 대한상공회의소 전무는 "수정안의 부결로 해당기업들의 세종시 투자가 어렵게 됐다"며 "대체부지의 마련 등 신속한 대안마련에 지혜를 모아야 할 때라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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