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빠른 실적 발표…채권단 압박
-7일 기점으로 양측 신경전 가열
(아주경제 김병용·이정화 기자) 현대그룹이 주력 계열사인 현대상선의 2분기 실적발표 시기를 지난해보다 한 달 가까이 앞당겨 발표하며 채권단을 향해 포문을 열었다.
현대그룹은 채권단의 재무구조개선약정 시한인 7일을 하루 앞둔 6일 현대상선의 2분기 실적을 전격 발표했다. 이 회사의 2분기 실적은 매출액 1조9885억원, 영업이익 1536억원으로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어닝서프라이즈'를 실현했다.
특히 영업이익은 지난 1분기와 비교해 12배 이상 급증했다. 해운업계가 호황기를 누렸던 2008년 2분기 1601억원에 버금가는 실적이다.
회사 측은 세계 경기 회복으로 컨테이너 물동량이 증가하고 미주 및 유럽ㆍ중동ㆍ인도 등 전 노선에서 운임 인상에 성공해 영업실적이 크게 개선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3분기 전망도 밝다. 본격적인 성수기에 돌입하면서 물동량이 증가하고 있고 할증료가 더해지면 운임 역시 상승하기 때문이다. 또한 지난해 극심한 침체로 부진을 면치 못 했던 벌크 부문도 손익분기점을 넘어 영업성과를 내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현대그룹이 사실상 채권단의 재무구조개선약정 체결 요구에 다시하번 거부의사를 명확하게 밝힌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한발 더 나아가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실적을 무기로 채권단을 압박하고 있다.
현대그룹도 이런 속내를 숨기지 않았다. 이날 실적 발표자료와 함께 배포된 '현대그룹의 입장'이라는 성명서를 통해 "지난달 30일 '전체 채권은행 협의회'를 소집해 향후 대출회수 및 신규여신 중당 등의 제재조치를 취하겠다고 한 것은 과도한 제재"라고 주장했다.
이어 "올해 2분기에 실적 최고 연도인 2008년에 버금가는 실적을 올리고 있는 현대상선을 외환은행이 부실기업으로 몰아 재무구조개선약정 체결을 관철하겠다는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며 "외환은행이 현대그룹의 이미지와 신용도를 훼손시키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현재 현대그룹은 지난달 28일 외환은행에 대출금 400억 원을 상환한 상태다. 나머지 대출금 1200억 원 역시 빠른 시일 안에 상환을 완료하고 외환은행과의 거래관계를 소멸시킬 방침이다. 이를 통해 현대그룹은 주채권은행을 변경, 재무구조 평가를 다시 받을 생각이다.
이에 따라 주채권 은행인 외환은행의 움직임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현대그룹이 그동안 채권단 재무평가에 반발해온 가장 큰 이유인 비재무적 평가항목인 '실적 개선 전망'을 무시했다는 근거를 내밀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양측의 대립은 7일이 중대한 고비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에서는 관례상 채권단이 순순히 물러난 경우가 없기 때문에 채권단이 기존 방침을 다시 한번 천명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럴 경우 현대그룹은 끝까지 버티기에 나설 것으로 보여, 채권단과의 충돌은 불가피 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금융권에서는 신규대출 중단과 기존여신 회수 등이 채권단이 내밀 수 있는 카드로 거론되고 있다.
채권단 관계자는 "현대그룹의 이번 실적 발표는 채권단의 내일 결정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을 것"이라며 "현재까지 확정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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