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일본을 향해 기존 24%인 상호관세율을 최대 35%까지 인상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오는 8일(현지시간) 종료되는 상호관세 유예 시한을 앞두고 협상이 지지부진하자 불만을 공개적으로 표출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사흘 연속 일본을 겨냥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1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이날 플로리다주를 방문한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DC로 돌아오는 전용기 안에서 기자들과 만나 일본과 무역 합의에 이를 가능성에 대해 “합의를 할지 확신을 못하겠다”며 “그들은 매우 터프(tough·협상에서 완고함을 의미)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들은 매우 잘못 길들여졌다(spoiled)”며 “그들은 우리에게서 30∼40년간 뜯어내면서 잘못 길들여진 나머지 합의를 하기가 정말로 어려워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본이 쌀이 부족함에도 미국산 쌀 수입을 거부하고 있고, 미국산 자동차는 10년간 단 한 대도 수입하지 않으면서 일본산 차량은 매년 수백만 대씩 미국에 수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무역에서 그들은 매우 불공정했다”며 “그래서 내가 하려는 것은 그들에게 (관세) 서한을 보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한의 내용에 대해선 “그들은 (대미 관세로) 30%나 35% 또는 어떤 숫자든 우리가 결정하는 관세율을 지불하게 될 것”이라며 “왜냐하면 우리는 일본에 대해 매우 큰 무역 적자를 보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협상 상황을 보고받은 것으로 보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불만을 나타내며 상황은 한층 더 엄중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닛케이는 백악관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트럼프 행정부가 일본과의 협상을 후순위로 미룰 방침을 분명히 했다”면서 “9일까지는 인도 등 다른 무역 상대국과의 협상에 집중할 것”이라 언급했다고 전했다.
이처럼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협상 시한을 앞두고 압박 수위를 높이면서, 일본의 협상 전략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도 나온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날 일본이 트럼프 행정부가 ‘빠른 성과’를 얻기 위해 겨냥할 수 있는 손쉬운 목표가 될 위험성이 있다고 짚었다. 중국과 달리 일본은 무역과 안보 양면에서 미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정면 충돌을 피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오는 20일 예정된 참의원 선거도 일본 정부에 부담이다. 이시바 시게루 내각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을 지닌 이번 선거를 앞두고 불리한 협상 결과를 감수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현재 전략 자문 컨설팅사인 아시아그룹(The Asia Group)의 리타로 니시무라 연구원은 “일본 정부는 미국의 기대와 선거 전에 너무 많은 것을 양보하지 말라는 국내 압력 사이에서 난처한 상황에 놓여 있다”고 짚었다.
일본은 그동안 액화천연가스(LNG)와 옥수수를 비롯한 미국 상품 수입 확대, 미국산 반도체 수조원어치 구매, 경제안보 분야 협력 등을 협상 카드로 제시하며 타결을 모색했다. 특히 일본 협상 초기부터 자동차 관세 재조정을 협상의 핵심 사안이라고 강조해왔다. 일본 자동차 산업은 국내총생산(GDP)의 약 10%, 노동인구의 약 8%를 차지해 일본 정부 입장에서도 양보하기 어려운 분야다. 하지만 미국은 자동차·철강·알루미늄 관세 등 품목별 관세 조정에 대해서는 난색을 보여온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이 자국 쌀 시장을 일부 개방하는 대신 미국의 자동차 관세 인하를 유도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지만 현실적인 제약이 크다. 특히 자민당은 농업계 기반의 지지를 통해 정권을 유지해온 만큼, 농업계 반발을 감수하면서 쌀 시장을 개방하기는 쉽지 않다.
니시무라 연구원은 “트럼프 행정부의 메시지는 ‘큰 무언가’를 원한다는 것”이라며 “일본은 이것저것을 꿰맞추며 설득을 시도하고 있지만, 이게 먹힐지는 미지수”라고 평가했다.
이 와중에 일본 정부의 협상단을 이끄는 아카자와 료세이 경제재생상은 미국 측과 8번째 회담을 위해 이번 주말 또다시 미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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