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은 최근 현대건설 인수를 위해 외국계 투자은행(IB)을 인수자문사로 내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현대중공업이 현대건설 인수에 전면에 나설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현대차그룹이 나선 것이다.
현재 인수를 주도하고 있는 것은 그룹 건설사인 현대엠코가 주도하고 있다. 현대엠코가 현대건설을 인수할 경우 중동지역 사회간접자본(SOC) 개발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등 시너지효과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와 제철사업에 국한된 그룹 포트폴리오도 다각화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뿐만 아니라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의 경영 승계까지 고려한 포석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현대엠코가 현대건설을 인수한 후, 이를 합병하다면 정 부회장은 현대차그룹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는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
현재 정의선 부회장이 현대엠코의 지분 25.06%를 보유한 최대 주주로, 현대엠코가 현대건설가 합병될 경우 지분을 현금화할 수 있다. 현대엠코 지분 24.96%를 보유한 현대글로비스의 주식가치 역시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글로비스의 최대주주(31.88%)이기도 한 정 부회장은 현대건설 인수를 통해 그룹경영권 승계를 위한 안정적인 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전기를 마련하게 되는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형태의 지배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이중 지주사 체제로 전환시 홀딩컴퍼니 가능성이 높은 것이 현대모비스다.
A증권 항공ㆍ운송 담당 애널리스트는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개선 시나리오는 현대모비스의 지주사 전환을 전제로 한 △현대모비스와 글로비스의 주식 스와프 △정 부회장의 글로비스 주식 매각대금으로 현대모비스 주식 매입 △현대모비스와 글로비스의 합병 등이다"라고 내다봤다.
이어 "어떤 경우에도 글로비스의 주가가 높아야 정 부회장이 확보할 수 있는 현대모비스 지분이 많아지게 된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라며 "글로비스와 현대엠코 주가는 현대차그룹 지배구조개선의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장자인 정몽구 회장이 현대가의 출발점인 현대건설 인수를 통해 '적통성'을 공고히 한다는 점도 현대차그룹이 이번 인수전에 나선 이유로 꼽힌다.
현대건설 인수에 가장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 현대그룹의 움직임도 분주한다. 현대상선은 12일 정기이사회를 열고 현대건설 공개매각 절차에 참여하기고 결정했다. 앞서 그룹 계열사인 현대엘리베이터도 이사회를 통해 같은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그룹의 다른 계열사들도 조만간 이사회를 열고 현대건설 인수 참여를 밝힐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룹 내부 분위기는 다소 침울하다. 자금과 명분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현대차그룹이 인수후보로 나섬에 따라 우려가 현실화 됐기 때문이다. 또한 재무구조개선 약정체결이라는 장애물도 현대그룹에는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현대그룹이 생각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됐다"며 "앞으로 현대그룹은 현대차그룹을 상대로 힘겨운 싸움을 펼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현대중공업ㆍKCC 등 다른 범현대가 기업들은 비교적 차분한 반응을 보이며 판세 분석에 몰두하는 모습이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현대건설을 인수하지 않는다는 것이 공식적인 입장"이라며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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