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인터넷뉴스팀 기자) 대한제국 마지막 황제인 순종은 황태자 시절, 영국 언론인 배설(裵說.영국명 어니스트 베델.1872~1909)이 운영하던 대한매일신보와 영자지 코리아 데일리 뉴스가 경영난에 처하자 비밀리에 도왔다는 증언이 15일 나왔다.
'을사늑약(1905년)의 무효' 논평 등을 통해 일본의 침략행위를 비판했던 배설의 손녀인 수전 블랙(55.영국 국립보건국)씨는 이날 "할아버지는 1904년 조선에 입국한 뒤 두 살 차이인 황태자와 친하게 지냈으며 특히 조선총독부가 광고주들을 위협, 신문사가 경영이 악화하자 황태자가 할아버지의 신문사에 여러 차례 도움을 줬다는 말을 할머니로부터 전해 들었다"고 말했다.
제65주년 광복절을 맞아 국가보훈처의 초청으로 두 딸과 함께 방한한 블랙씨는 "한국 정부와 국민들이 할아버지의 공적을 높이 평가해주고 상세히 기억해주는 것에 대해 큰 영광이다"고 말문을 연 뒤 "서울 양화진 외국인 묘역의 할아버지 묘역 관리 등이 잘 돼 있어 고맙게 생각한다"는 말을 여러 차례 되풀이했다.
배설의 부인 베델 여사는 남편이 일제의 '국외 추방' 기도와 옥살이 등 숱한 고생과 음주, 흡연 등으로 심장병이 심해져 1909년 서울에서 숨지자 3개월 후 외아들 허버트 오웬(1963년 사망)을 데리고 영국으로 돌아갔다.
블랙 여사는 이에 대해 "할머니는 '신문을 잘 경영해 한국민들을 구해달라'는 남편의 유언을 따를 생각이었으나 이듬해 영국인 비서가 일제에 매수돼 신문사를 팔아 조선총독부의 기관지로 전락하는 등 모든 것을 잃게 되자 귀국하는 도리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처음 한국에 온 블랙씨의 쌍둥이 두 딸인 니콜라, 린제이씨도 "증조 할아버지께서 일제 치하의 한국인들을 위해 많은 애를 쓰셨다"는 얘기를 여러 차례 들었는데 한국에 와보니 실감이 난다"며 "한국인들이 이렇게 많은 관심을 보이고 애정을 갖고 있는 것에 크게 감동했다"고 말했다.
블랙씨는 "순종이 황태자 때 할아버지에게 보낸 '나의 벗 지미에게(My friend Jimmy)'로 시작되는 엽서 등 다수의 한글 편지와 자료, 문서들을 보관하고 있다"며 "할아버지를 기리는 기념관이 세워진다면 사본 등을 기증, 한국민들과 공유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영국과 한국인의 우정을 다지기 위해서라도 할아버지가 37세로 요절하신 5월1일을 '베델의 날'로 지정하는 등 추모사업 등을 추진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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