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하랄트 베렌트(Harald Behrend·사진) 벤츠코리아 사장을 비롯한 담당 임원은 이같은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밝히고 있으나, 부지 2만9900㎡에 달하는 보세 하치장(차량 3000여대 입고가능)의 '무허가 사실'을 파악치 못했다는 것 자체가 '직무태만'이라는 지적이 높다. 일부에서는 불법 운영기간이 너무 길어 "알면서도 묵인했을 수 있다"는 주장까지 나올 정도다.
벤츠코리아 관계자는 17일 "(이번 사태에 대해) 기사를 통해 처음 알았다"며 "현재 정확한 실태를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로서는 문제의 원인과 향후 대책 등에 대해 어떤 말도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해당 지방자치단체인 화성시 조차 현재까지 벤츠코리아의 공식적인 답변을 듣지 못한 상태다.
화성시 담당 공무원은 "지난주에 벤츠 보세 하치장의 타 지역으로의 이전을 정식으로 요구한 상태"라며 "벤츠코리아측은 이에 대한 향후 계획 등에 대해 어떠한 사실도 우리에게 전달치 않았다"고 전했다.
때문에 벤츠코리아가 개발허가를 받지 않은 쏘나브이피씨코리아의 보세 하치장의 불법 행위가 드러난 상태에서, 일단 '시간끌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수천대가 넘는 수입차량을 단기간에 타 지역으로 이동시키는 일이 쉽지않기 때문이다.
결국 시간을 끌면서 돌파구를 찾겠다는 속셈인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양 사 사이가 단순 관계사 이상의 관련을 맺고 있다는 점도 이 같은 의혹을 부추긴다.
손영호 쏘나브이피씨코리아 대표는 1995년 수입차 업계에 뛰어든 후 2004년 메르데세스-벤츠코리아 일산전시장 '모터원'의 대표를 맡았으며 현재까지 겸직하고 있다.
쏘나브이피씨코리아의 송중천 본부장 역시 2000년대 중반까지 벤츠코리아의 부사장까지 지낸 벤츠통이다. 한때는 독일 다임러에 이어 벤츠코리아의 2대주주인 한성자동차 사장 후보로 물망에 오르기도 했다.
이러한 점 때문에 손 대표와 송 본부장이 벤츠 본사와 '특수 관계'에 있으며, 2년이 넘게 불법운영을 하면서도 본사측에 묵인 양해(?)를 구했을 수 있다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인적 구성으로 이뤄진 만큼 벤츠 본사 역시 불법운영을 사전에 알았을 수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수입차업계 관계자는 "협력사의 탈·불법으로 본사가 손해를 볼 경우는 협력사에 피해를 묻는게 상식"이라며 "협력사가 이를 감수하면서까지 불법 영업을 지속해 온 것에 대해 2년넘게 본사가 별도의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은 상식선에서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한편 벤츠코리아는 이 곳 보세 하치장을 9월 13일부터 이용할 수 없게 됨에 따라 차량 출하에도 '빨간불'이 켜질 전망이다.
2000~3000여대의 차량을 수용할 수 있는 이곳에는 현재 약 1000여대의 벤츠 차량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입고와 검수, 출고 업무가 이뤄지는 보세 하치장을 단기간에 마련하지 못할 것으로 보여지면서 정상적인 차량 인도가 이뤄지지 못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 때문에 제때 차량 수급을 받지 못한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도 벤츠측은 '함구'로 일관하고 있어 '책임경영 실종'이라는 비난 마저 받고 있다.
ironman17@ajnews.co.kr
[아주경제 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