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 칼럼] 미술계도 '자기 고발'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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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08-26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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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용(미술품가격정보연구소장·오픈아트 대표)

요즘 TV 토크쇼를 보면 연예인의 ‘자기 고발’이 홍수를 이룬다. 연예인은 이미지를 먹고 산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연예인이 자신을 아름답게 포장하기는커녕, 자신의 약점을 까발리지 못해 안달이다. 코 성형 수술을 받았느냐고 다그치면 코만이 아니고 눈과 턱도 했다고 덧붙여 고백하고 있는 형국이다. 그룹 멤버들 간의 감정싸움이나, 성격적 결함, 아픈 가족사까지 마치 경쟁이라도 하듯 자신의 치부를 드러내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신기한 것은 그렇게 약점을 드러내는데도 비난보다는 박수갈채가 쏟아진다는 사실이다. 신비주의에 싸인 연예인이 눈물을 흘리며 자기고백을 할 때, 이를 보는 사람들은 인간적인 동질감과 솔직함에 감동하고 오히려 위로의 박수를 보내는 것이다. 그의 약점이 자신의 입이 아니고 제3자를 통해 나왔다면 엄청난 안티를 몰고 왔을 지도 모른다.

요즘 미술시장의 핫이슈는 ‘양도세’다.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될 예정인 ‘미술품 양도소득세’에 대해 미술계가 떠들썩하다. 지난 12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요청으로 미술계 관계자들과 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화랑협회와 주요 옥션 등 미술계 대표들이 대거 참석해 입을 모았다.

“미술품 양도세 도입으로 거둬들이는 세금은 고작 28억 원 정도인데 그것 거두자고 미술시장 죽이려하느냐”

“고가 미술시장이 위축되면 중저가 미술시장까지 영향을 미쳐 국내 미술시장 전체가 붕괴될 수 있다”  
“지금은 미술품 거래를 위축시킬 때가 아니라 오히려 장려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마디로 ‘미술품 양도세가 부과되면 미술시장이 죽는다’는 주장이었다.

틀린 말은 아니다. 아직 국내 미술시장 규모는 겨우 4000억 원 수준에 머물고 있고, 시장분위기도 바닥에서 겨우 일어서는 형편이다. 이런 마당에 미술품 양도시 차익의 20% 세금을 물린다는 것은 적잖은 부담으로 여겨질 수 있다.
그러나 미술시장도 연예계처럼 이제 ‘자기 고발’이 필요한 시점이다. 

미술시장은 연예계 못지않게 베일에 가려진 부분이 많다. 그중에 가장 큰 벽이 거래내역의 불투명성이다. 그림을 사고팔았는데도 누가 구입했는지 알 수 없는 게 미술시장의 현주소다.
고가의 그림일수록 개인적 사유물이라기보다는 국가적 자산 가치로 봐야 한다. 귀한 작품을 고가에 구입한 소장자는 자랑스럽게 보관․관리를 하고, 국민들은 이를 부러워하고 감사하게 생각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소장자가 누구인지 잘 모른다. 마치 죄를 지은 듯 신분을 감추고 구입하고, 어디에 작품이 보관되어 있는지 알 수 없다. ‘은밀한 거래’에는 당연히 그들만의 속계산이 있게 마련이고, 그만한 위험이 내포될 여지가 크다. 작품가격이 사실과 다를 수 있고, 구매자의 자금출처가 명쾌하지 않을 수도 있다. 더러는 거래 작품 중에 위작이 섞여있을 수도 있다.
‘양도세 부과’는 세금 그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세금부과로 인한 거래내역의 공개에 있다. 양도세 부과 대상인 ‘작고 작가 중 작품가격이 6000만 원이 넘는 경우’는 사실 그렇게 많지 않다. 생존 작가의 작품은 아무리 비싸도 양도세를 내지 않는다.

그럼에도 미술계가 당장 죽는 소리를 내는 것은 지금껏 ‘그들만의 리그’로 누려온 변칙적 특혜를 포기해야 하는데서 오는 걱정이 아닌가 한다. 미술품 거래에 양도세를 부과하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이기도 하다. 미술시장의 불투명성은 예비 컬렉터들의 미술시장 진입을 가로막는 한 요인이기도 한다. 시장의 정보가 투명하면, 그만큼 시장의 신뢰도가 생겨나고, 애호가 층도 한층 두터워질 것이다. 기업의 투명한 정보공개가 기업의 이미지를 업그레이드시키고 신뢰도를 높이는 결과를 가져오는 것처럼. 미술계는 근시안적 시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당장의 이익에 연연해 정상적인 시장구조를 외면한다면 결국 부메랑이 되어 더 큰 아픔을 겪어야 할지도 모른다.

양도세 부과는 세계적인 추세다. 언젠가는 받아들여할 할 통과의례다.
양도세 부과로 인한 작품가격의 투명성과 거래내역의 투명성 확보는 미술시장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아니라 바로 미술시장의 미래를 여는 디딤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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