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드라마 속 노래 장면은 이전에도 수없이 존재했다.
가수 역할을 맡은 주인공이 무대에서 핏대 세우며 열창하는 장면 역시 흘러간 가요처럼 뻔하디 뻔한 레퍼토리다. 하지만 이번엔 좀 다르다. 훨씬 강력하고, 훨씬 리얼하다.
< 나는 전설이다>의 '전설희' 김정은은 기타 하나 어깨에 둘러멘 채, 재벌가 사모님의 껍데기 삶에 쿨하게 안녕을 고한다. < 글로리아>의 '캔디걸' 배두나는 얼결에 나이트클럽 대타 가수로 나섰다가 내 안에 잠든 끼를 발견하고 가수의 길로 들어선다.
예능도 노래를 피할 수 없다. < 도전 1000곡> < 주부가요열창> 등 대놓고 노래만 부르던 음악 예능에 다큐의 감동이 첨가됐다.
노래 예능의 대박 조짐은 지난해 Mnet < 슈퍼스타 K> 오디션 때부터 감지됐다. 전국 방방곡곡에서 72만 명이 도전했던 이 프로그램에 올해는 무려 2배 가까운 134만6402명이 도전하며, 노래를 향한 보통 사람들의 열망과 갈증을 여실히 증명했다.
< 해피선데이-남자의 자격>의 '남격 밴드'와 '남격 합창단'도 음악, 다큐, 예능 삼박자가 완벽하게 맞아떨어진 히트작이다.
1년 내내 '도'만 치는 이상한 기타리스트, 지천명의 개그맨 이경규가 '아웃사이더' 저리 가라 속사포 랩을 구사한다.
'메탈 마니아'라는 '국민 약골' 이윤석이 청테이프를 손에 동여매고 '무아지경' 드럼 스틱을 휘두를 때, 바이엘 상하만 겨우 떼었다는 윤형빈이 '일취월장' 키보디스트로 변신하고, 허당스럽던 김국진이 제법 그럴듯한 기타리스트로 성장할 때의 뭉클함은 예능이기 이전에 리얼한 삶의 현장이다.
무리한 스케줄과 과도한 연습으로 성대결절에 봉착한 메인 보컬 '봉창' 김성민의 죄책감은 안쓰럽기 짝이 없고, 평소 '저질 체력'으로 유명한 '할마에' 김태원이 연습실에만 들어서면 눈에 빛을 발하는 순간은 불가해한 마법 같다.
4분의 무대를 위한 416일간의 '허접 밴드' 분투기가 작품 안팎으로 성공한 이유는 결국 음악을 향한 진심 어린 열정이 통한 덕분이다.
< 남자의 자격>의 또 다른 도전, '남격 합창단'도 이목을 집중시켰다. 도전 무대는 9월 초 거제전국합창경연대회다.
합창단원 공개 모집에 합격한 23명 중엔 이종격투기 선수 서두원, 박은영 KBS 아나운서, 바닐라루시 보컬 배다해, 개그우먼 신보라 등 이색 멤버가 대거 포함됐다.
부드러운 카리스마의 '여장부' 박칼린 음악감독과 뮤지컬 배우 출신 최재림 '쌤'의 열정도 감동을 더한다. 각각 따로 놀던 목소리가 어우러져 그럴듯한 하모니가 흘러나오는 장면에선 눈물이 핑 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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