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정수영 기자) 국토해양부가 보금자리주택 원가를 낮추기 위해 연구용역까지 착수한 것은 최근 분양가가 너무 높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어서다.
부동산시장 침체로 주변 시세가 크게 떨어지면서 서민을 위한 주택이라는 보금자리주택의 당초 취지가 무색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정부가 보금자리주택 가격을 낮출 수 있는 방안으로 제시했던 직할시공제가 시범적용에서 큰 효과가 없는 것으로 확인돼 또다른 원가절감 방안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철근 등 원자재값 상승으로 원가 절감이 어려운 상황인데다 저에너지·디자인 다양화 등 보금자리 품격을 높이겠다고 밝힌 터라 큰 효과를 기대하기도 힘든 지적이다.
◆ 보금자리 분양가, 얼마나 높길래
최근 보금자리주택 1, 2차지구 인근 아파트 시세는 사전예약 당시의 추정분양가와 비교해 별 차이가 없다.
지난 5월 사전예약을 받은 2차지구 남양주 진건·시흥 은계지구의 경우 분양가가 주변 시세의 90%에 육박했다. 이로 인해 미분양이 대거 발생했다. 최근에는 주변 시세가 더 떨어져 일부 지역은 보금자리 분양가가 더 높은 역전현상까지 일어나고 있다.
경기 시흥 은계지구의 경우 보금자리주택 분양가가 3.3㎡당 750만∼820만원 선이었다. 하지만 은계지구 주변 은행동의 아파트 평균 시세는 826만원으로 거의 차이가 없다. 준공된 지 10년이 지난 주변 일부 아파트는 3.3㎡당 600만∼700만원으로 오히려 보금자리보다 저렴하다.
결국 원가를 줄여 보금자리주택 분양가를 낮추는 일은 서민주택이라는 취지를 성공시키기 위해서도 불가피한 선택으로 해석된다.
◆원가절감 얼마나 가능한가
그러나 전문가들은 용적률을 대폭 상향조정하거나 택지비 감정가를 크게 낮추지 않는 이상 원가를 절감하기가 쉽지 않다고 보고 있다.
철근, 레미콘 등 원자재 가격이 계속 높아지고 있고, 친환경 아파트 설계를 위한 건축비도 낮추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건축비 원가절감 연구용역 과제로 국토부가 제시한 '신공법 및 신자재 적용 확대' 방안은 기술개발 자체가 쉽지 않은 부분이다. 택지비 인하를 위해 검토키로 한 '보금자리 지구별 토석 재활용 방안'도 실제 적용하려면 공사기간이 지연될 가능성도 있다.
특히 이번 연구용역은 본청약시 분양가가 사전예약 당시 내놓은 추정분양가보다 높아지는 것을 막기 위한 차원에 그칠 수 있다.
국토부가 지난 5월 청와대에 보고한 디자인 다양화 및 저에너지·장수아파트 주거환경 조성을 위한 '보금자리 품격향상 방안'에 따른 분양가상승을 막기 위한 후속조치로 이뤄진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원가절감 방안이라기보다 월가절상을 막기 위한 수진에 머물 수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원가절감을 위한 방안은 갑자기 하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도 계속해온 것이지만 그린홈 건설 및 원자재값 상승으로 원가가 높아지는 것을 최소한 막아보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보금자리주택을 한꺼번에 쏟아내 비난을 받은 정부가 8·29 대책에서 결국 공급을 조절키로 한데 이어 친환경주택 등 원가절상을 막을 방안을 연구함에 따라 또다시 정책이 실패했다는 비난을 사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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