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서민정책특별위원장 홍준표 최고위원
(아주경제 장용석 기자) “가진 자가 양보하고, 가지지 못한 자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는 세상, 그래서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바른 세상이 돼야 한다. 부자에겐 자유를, 또 서민에겐 기회를 줘야 한다. 그 수단이 ‘좌파정책’이냐 ‘우파정책’이냐는 중요치 않다.”
요즘 정치권의 최대화두인 ‘공정한 사회’에 대한 홍준표 한나라당 최고위원의 생각은 확고했다.
홍 최고위원은 지난 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아주경제와 만나 “출발과 과정의 공정성, 그리고 결과에 대한 승복이 공정사회의 기본골격이 돼야 한다”며 이명박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집권 후반기 국정기조로 제시한 ‘공정사회 구현’에 공감을 나타냈다.
특히 그는 이날 이 대통령이 중소기업 대표들과의 간담회에서 ‘균등한 기회 제공이 공정사회의 기본바탕’이라고 말했다고 전하자, “내가 정치를 시작한 뒤 줄곧 주장한 논리를 대통령이 지금 말하고 있다. 정치생활 15년 만에 처음 서로 통하는 정책을 하는 것 같다”며 미소를 짓기도 했다.
사진=홍정수 기자 |
"부자엔 자유를, 서민엔 기회를… 좌파냐 우파냐는 중요치 않아"
당 서민정책특별위원장으로서 대기업 하도급 구조 개선과 금융, 주거, 영·유아대책 등의 서민정책 과제 발굴에 힘을 쏟고 있는 홍 최고위원은 “친서민정책의 기조도 공정사회에 뿌리를 두고 있다”며 “그간 정부가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해왔다면 이젠 ‘피플 프렌들리’로 가야 할 때”라고 거듭 강조했다.
정부 출범 초 금융·경제위기 속에 일자리 창출을 우선 목표로 기업환경 개선 등에 노력한 결과, 우리 경제가 불황에선 벗어났지만 대기업을 제외한 중소기업과 서민들의 삶은 별반 나아지지 않았다는 게 홍 최고위원의 설명.
다만 그는 “가만히 앉아서 아무 노력도 않는 사람까지 국가가 먹여 살려야 한단 생각은 옳지 않다”며 “서민정책의 기본방향은 ‘일어설 기회’를 주자는데 있다. 이 정책을 악용한데 따른 책임은 본인이 져야 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정부가 서민금융대책으로 내놓은 미소금융과 햇살론이 오히려 서민의 빚만 늘리는 게 아니냐는 지적에 대한 답변이었다.
"그간 '비즈니스 프렌들리' 해왔다면 이젠 '피플 프렌들리' 해야"
화제를 돌려 국무총리 후보자 등이 잇달아 낙마한 최근 국회 인사 청문 과정에 대한 견해를 물었다. 그는 “공직자가 비리에 연루됐고 거짓말까지 했다. 이는 사회생활 과정에서 반칙과 특권이 없어야 한다는 ‘과정의 공정성’에 문제가 있었던 것”이라고 다시금 ‘공정한 사회’를 강조했다.
그러나 청문회 이후 당내에서 청와대 인사검증시스템에 대한 개선 요구가 빗발친데 대해선 “내각을 안일하게 꾸린 건 정부 실책이나 이번 일은 기본적으로 시스템이 아닌 사람의 문제다”고 지적했다. 결국 제도보다는 공직자의 의식 개선이 먼저란 얘기였다.
이어 ‘공정사회’가 대규모 사정(司正)의 신호탄이란 정치권 일각의 관측엔 “한 마디로 난센스”라며 “국가의 사법작용은 특정시점부터 시작하는 게 아니라 상시적으로 이뤄지는 것으로 (사정설은) 전혀 근거 없다”고 일축했다
여당 의원 불법사찰 논란에 대해선 “나도 ‘진보정권’ 10년간 미행·도청을 당했지만 이번 일엔 별 감동이 없다. 같은 정권 사람끼리 새삼 이런 얘길 하는 건 사찰을 했다는 쪽도, 당했다는 쪽도 다 문제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어 그는 “고위공직자는 본인과 가족 모두 유리알 속에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공직자는 굳이 '기관'이 아니더라도 늘 국민으로부터 ‘사찰’을 당하고 있는 만큼 평소 몸가짐을 잘 해야 하고, 누구든 괜한 오해를 살 수 있는 일은 피해야 한다는 의미였다.
그러나 홍 최고위원은 ‘사찰 문제 이전에 정두언 최고위원 등과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 측의 갈등은 정권 초기부터 내재돼 있던 게 아니냐’는 물음엔 “더 이상 얘기하지 않겠다”며 입을 닫았다.
평소 ‘쓴 소리’와 ‘튀는 발언’으로 유명한 홍 최고위원이었지만 이날만큼은 민감(?)한 질문은 애써 피해가는 모습이 역력했다. 전날(7일) 소관 상임위인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제기된 ‘신한금융 사태’에 대한 물음에도 고심 끝에 “국내 굴지의 금융회사가 내분에 휩싸여 참 유감스럽다”고만 말했을 뿐.
"'盧 차명계좌' 논란, 검찰 수사 미진하면 특검으로 갈 수밖에"
그러나 개헌에 대해선 “늦어도 내년 상반기까지가 적기다”는 소신을 피력했고, 대북특사 파견에 대해서도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선 천안함 사건 등을 포함해 허심탄회하게 논의할 수 있는 절차가 마련돼야 한다”고 필요성을 역설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차명계좌’설 논란과 관련해선 “차명계좌 존부가 국민적 의혹이 된 이상 검찰이 이를 명확히 처리하지 않으면 특별검사제로 갈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인터뷰가 끝나갈 무렵 ‘꿈’에 대해 물었다. 홍 최고위원은 “때가 되면 세상을 바꿔보겠다는 꿈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고 했다.
그러나 자신이 주도하고 있는 서민정책특위가 그런 '꿈'과 관련이 있는 게 아니냐는 질문엔 “서민특위는 다음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승리하기 위한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그리고 홍 최고위원은 “난 남에게 빌붙어서 정치하거나 남의 힘을 빌려 과시하는 사람이 아니다”면서 “내 힘으로 여기까지 왔고, 앞으로도 내 힘으로 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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