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 둔화·계절특수 실종·원자재값 급등·임금인상
(아주경제 이하늘·이미경·김병용 기자) 상반기 사상 최고의 성적을 거두며 승승장구하던 한국 산업계의 성장속도가 하반기 들어 점차 둔화되고 있다.
세계시장의 회복세가 늦춰지고 있는데다 계절적 성수기 역시 실종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여기에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고 있고, 물가인상과 이에 따른 인건비 상승 등도 한국 산업 도약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것으로 보인다.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한국의 일평균 수출액은 지난7월과 8월, 2개월 연속으로 감소세를 나타냈다.
아울러 한국은 수출품목이 상당 부분 겹치는 일본 엔화 강세로 반사이익을 얻었지만 이 역시 한계를 보이고 있다. 소재와 장비, 부품 등에 대한 일본 의존도가 높아 결국 이는 국내 제품의 가격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반도체·LCD는 3분기 계절적 성수기를 맞았지만 제품 가격이 오히려 떨어지고 있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세계 경기 회복이 둔화되면서 PC 등 완성제품 업체들이 부품 구입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LCD는 경쟁적인 제품 생산으로 인해 시장 포화에 이르렀다.
전자제품 역시 치열한 마케팅으로 인해 수익성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 4분기 이같은 마케팅 경쟁이 더욱 활기를 보이면서 영업이익은 더욱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이 맘때 10%를 넘나들던 TV 부문의 영업이익률은 크게 떨어졌다. 휴대폰 시장 역시 스마트폰 경쟁으로 인해 경쟁이 치열하다.
철강업계 역시 전통적 성수기인 10·11월을 앞두고도 수요가 살아날 기미가 보이고 있지 않다. 선행산업인 건설경기의 침체 지속과 원자재 가격의 상승때문이다. 유일한 희망이었던 해외건설 분야도 이란 제재 등의 악재가 겹쳤다.
7월말 이후 급등하고 있는 철스크랩가도 악재다. 철스크랩 가격은 지난 7월 하순 미국산이 t당 350 달러 수준에서 8월 430 달러 수준으로 20% 이상 널뛰기 했다.
해운사들도 4분기 걱정스럽기는 마찬가지다. 비록 2·3분기 성수기 진입에 따른 물동량증가와 운임상승으로 지난해 충격에서 어느 정도 벗어났지만, 계절적 비수기인 4분기는 장담할 수 없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4분기는 물동량이 줄어드는 전통적인 비수기"라며 "또한 미국·유럽의 '더블딥'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어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석유화학업계는 하반기 중동과 중국 등에서 대규모 설비가 가동되거나 가동계획에 있어서 공급과잉을 초래, 4분기부터 하락세에 접어들 전망이다.
제지업계 역시 하반기에 펄프가격이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빗나가고 펄프가격이 연일 급등세를 보이면서 4분기 경영계획 수정이 불가피하다.
주요 산업 가운데 그나마 4분기에 호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이는 업종은 자동차와 조선업 정도다. 이 역시 엔고 효과로 주요 경쟁국가인 일본 업체들보다 가격경쟁력에서 앞서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시장이 빠르게 냉각되면 이들 역시 호조를 자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삼성경제연구소 정호성 수석 연구원은 “국내 민간 기업이 보유한 유동성 자금은 2004년 33조3000억원에서 2009년 86조4000억원으로 2.6배 가까이 증가했다”며 “이 자금이 투자에 활용되야 장기적인 성장을 이어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 연구원은 또 “국내 법인세는 터키.슬로바키아 등 생산기지로서 경쟁력이 있는 신흥국에 비해 높다”며 “정부는 기업투자를 가로막고 있는 각종 규제를 완화하고 법인세 인하 등 인센티브 제도를 강화해 기업의 국내 투자를 유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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