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제임스 스타인버그 국무부 부장관은 11일 북한이 2005년 9.19공동성명의 비핵화 합의를 이행하려는 "실질적인 조짐(concrete indications)"을 보일 경우 6자회담을 재개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스타인버그 부장관은 이날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가 주최한 제네바 국제안보 콘퍼런스에서 미국은 유의미한 진전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 회담 재개에 반대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북한이 2005년 9월 공동성명의 약속을 진지하게 이행하기 위해 회담에 복귀할 준비가 돼 있다는 구체적인 조짐을 원한다"면서 거듭 회담을 위한 회담이 아닌, "의미 있는 진전"을 바란다고 강조했다.
9.19 공동성명에서 북한은 모든 핵무기와 핵 계획을 포기하고 이른 시일 안에 핵무기비확산조약(NPT)에 복귀, 국제사회의 감독에 들어갈 것을 약속했으며 미국은 한반도에 핵무기가 없고 북한을 공격할 의사가 없음을 확인했다.
북한은 또 핵에너지를 평화적으로 사용할 권리가 있다고 밝혔으며 다른 참가국들은 이를 존중하고 적당한 시점에 북한에 경수로를 제공하는 문제를 논의하기로 합의했다.
스타인버그 부장관은 나아가 서해에서 한.미 합동 군사훈련이 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중국 측 주장에 대해서는 "이런 훈련이 한반도의 긴장 수위를 높인다고 비난하는 것은 범죄 피해자를 탓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이번 훈련은 북한이 "도발적이고 위험하며 위태롭게" 행동하기 전 재고하도록 하기 때문에 지역을 안정시킨다고 주장했다.
또한 미국이 관계 진전의 중요성을 북한 측에 전달한 바 있다면서 북한이 "도발 후 대치를 끝내는 것으로 보상받기를 기대하는" 전략으로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는 점을 깨달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한국과 일본뿐 아니라 중국과 좋은 대화를 나눴으며 북한 인사들과도 회담 자체를 위한 회담이 아니라 유의미한 진전이 중요하다는 뜻을 전했다"며 회담이 성공적이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는 데도 회담을 재개하면 6자회담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게 된다고 지적했다.
스타인버그 부장관은 이와 함께 일본 오키나와(沖繩)의 미군 기지 이전 문제와 관련해 미국은 기지를 오키나와에 남겨두는 것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그는 동아시아에 심각한 안보 현안이 있다면서 미국은 "지금의 자리에 남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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