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국제아트페어(KIAF)가 경기회복에도 불구, 기대에는 조금 못 미친125억원이라는 판매액을 기록했다. 사진은 KIAF 전시장 전경. (사진제공 : KIAF사무국) |
글로벌 금융위기로 침체됐던 미술시장은 경기가 호전되면서 이번 아트페어에 큰 기대를 걸었다.
하지만 시장반응은 냉담했다. 결과는 참패였다. 16개국 193개 갤러리가 참여한 KIAF의 판매액은 약125억원에 그쳤다. 이는 136억원이 판매된 지난해보다 약 8% 감소한 수치다.
KIAF 측은 세계 경기 침체의 여파가 여전히 남아있고 양도세 부담이 주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KIAF 사무국 관계자는 "가격대가 높은 원로 작가의 작품보다 상대적으로 가격대가 낮은 젊은 작가의 작품이 더 팔렸다는 것은 양도세가 부담요인으로 작용했다는 증거"라며 "지난해보다 참가 갤러리가 늘어났는데도 매출액이 감소한 것은 일반인들의 관심은 늘었지만 선뜻 구매로 이어지지 못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살만한 작품이 없다?
하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따로 있었다. 이른바 미술계 '큰손'들이 지갑을 열지 않은 이유는 바로 살만한 작품이 없었다는 것.
몇몇 블루칩 작가들의 작품만 출품되는 '쏠림현상'이 KIAF에서도 여실히 나타난 셈이다. 각 갤러리 부스에는 그동안 국내 미술경매 시장에 자주 등장했던 작품들이 나왔다. 앤디워홀이나 데미안 허스트 등 외국작가의 작품 뿐만 아니라 김환기나 이우환 등 국내작가의 작품 역시 마찬가지다.
한 미술계 인사는 "아트페어에서 미술품 사는 사람들은 어느 정도 정해져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앤디워홀이나 이우환 작가의 작품은 이미 다 소장하고 있는 작품들"이라며 "갤러리마다 특색있는 작품이 아니라 비슷한 작가들의 작품을 출품해 컬렉터들이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고 안타까워했다.
유명 작가의 작품이 아니면 구입하지 않는 컬렉터들의 관행도 여전히 문제다.
올해 처음으로 신진 작가의 작품을 출품한 한 갤러리 큐레이터는 "관객들이 처음에 작품이 좋아서 들렸다가 작가의 이름을 듣고 잘 알려지지 않은 작가면 발길을 돌린다"라며 "신진 작가들의 작품이 많이 팔려야 KIAF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미술시장도 발전한다"고 설명했다.
◆ 외국갤러리 작품 안팔렸다
2002년 개최돼 매년 한번씩 열리는 KIAF가 지향하는 바는 바로 '국제(International)'아트페어다. 즉 세계적인 작가의 작품을 유치해 전세계 부호들을 불러모으고, 반대로 국내 작가들이 세계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는 길을 터주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 주빈국으로 초청된 영국의 갤러리들은 대부분의 작품을 팔지 못하고 그대로 돌아갔다.
특히 이미 세계적으로 유명한 앤디 하퍼(Andy Harper)나 폴리 모간(Polly Morgan)처럼 주목받는 작가들의 작품은 전혀 주목받지 못했다.
청담동에 위치한 한 갤러리 실장은 "영국 갤러리들의 작품이 거의 안팔렸다고 알고 있다"며 "외국갤러리들의 실망감은 우리나라 미술시장의 국제적인 평판을 떨어뜨릴 것"이라고 실망감을 드러냈다.
송미숙 KIAF 운영위원회 위원은 "영국갤러리들 가운데서 이른바 메이저급들이 온 것은 아니지만 행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미숙했던 점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KIAF가 동선과 부스 위치를 고려하지 않은 점도 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영국을 포함한 외국갤러리들의 부스는 홀 A입구를 기준으로 왼쪽 사이드, 출구 바로 앞에 위치했다.
100개가 넘는 갤러리가 모인 KIAF의 특성상, 작품을 감상하고 돌아가는 출구 앞에 위치한 갤러리는 덜 주목받을 수 밖에 없다.
지난 13일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 이 모씨는 "외국갤러리 작품이 그쪽에 있는지 몰랐다가 나갈때 봤는데 이미 지쳐서 자세히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영민 한국화랑협회 국장은 "외국갤러리 부스는 상의해서 결정할 수도 있겠지만 보통 주최측이 정하는 대로 들어간다"며 "국내갤러리의 경우 신청을 받아 추첨을 한다"고 말했다.
한편 미술전문가들은 양도세 여파가 매출실적에 영향을 끼친 점은 사실이지만 부족한 점을 보완해나가야한다고 지적했다.
김윤섭 한국미술경영연구소 소장은 "6000만원 이상(양도세 부과기준)의 고가 작품을 살 수 있는 사람들은 제한돼 있다"며 "이들 컬렉터들에게 양도세 시행이 부담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부스 배치와 작품 및 참여갤러리 선정 등 아직도 보완해야 할 점이 많다"고 덧붙였다.
miholee@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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