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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학의 '세계문학화' 한계와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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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09-17 0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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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난파한 배의 선원들이 쓴 구조 편지가 담긴 병처럼 한국 시의 번역물들이 파도 위를 떠다닐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한 모든 것을 해야 합니다. 그러면 때때로 멀리 떨어진 곳에서 누군가가 '얼마나 아름다운가!'라고 외치는 소리를 듣게 될 것입니다."
    한국문학의 세계화가 꾸준히 이뤄지고 있음에도 여전히 서구 중심의 세계문학에서 한국문학의 존재감은 미약하다.

   한국문학 번역가인 안선재(본명 브러더 앤서니.68) 서강대 명예교수는 16일 '2010 이병주하동국제문학제'에서 열린 문학강연에서 "한국의 시를 아무리 훌륭하게 번역해도 한국인이 아닌 사람들은 결코 한국 독자들이 반응하는 것처럼 즉각적이고도 강렬한 반응을 할 수 없고, 이를 기대해서도 안 될 것"이라며 한국문학의 한계와 가능성에 대해 설명했다.

   영국 출생으로 옥스퍼드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1985년부터 서강대 영문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구상, 고은, 천상병, 서정주, 김수영, 신경림, 이문열 등의 대표작들을 영어로 번역했다. 1994년 한국에 귀화했다.

   그는 "무조건적이고 절대적인 '보편성'이라는 것은 문학에 존재하지도 않고 존재할 수도 없다"며 "살아있는 문학 작품들은 국가ㆍ민족 공간 고유의 특성에, 장소와 시간에 뿌리를 내리고 있기에 한계를 가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안 교수는 상대적으로 한국문학의 보편성을 제약하는 요인 중 하나로 역사적 특수성에 의한 '공간'의 한정을 꼽았다.
    그는 "일본의 패망에 이은 미국-소련 간 합의와 한국인들 사이의 권력 쟁취를 위한 갈등으로 생긴 한국의 정치적ㆍ사회적 공간의 분단, 전쟁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사건들은 한국인의 공간을 극도로 좁히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말했다.

   1945년 이후 오늘날까지 쓰인 남한의 문학은 주로 남북 분단의 내용이 지배적으로 결국 비무장지대 이남에 있는 '섬'처럼 고립된 지역에 한정되고 말았다는 것. 여기서 비롯된 상황을 모른다면 한국 문학을 완전히 이해하기란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이러한 차이 속에서도 안 교수는 고은의 '만인보' 등을 예로 들며 한국문학이 세계문학의 한 자리를 차지할 가능성을 제시했다.

   그는 "2005년 번역 출판된 1권의 시들은 한국의 산업화 이전 농촌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시인의 기억들을 재현하고 있다"며 "그 시들은 문화적 배경의 차이에도 번역을 통해 쉽게 공감되며 자연스럽게 세계문학의 일부로 인식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독자들은 작품 그 자체의 특질에 의한 것보다는 극적이고 정치적인 배경들 때문에 번역된 고은의 시에 매료된다'는 로버트 하스의 논평을 인용하며 "고은은 보편적이라고 할 만한 시를 써오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모든 시들은 특정한 장소와 순간에 처한 특정한 시인에 의해 특정한 언어로 쓰였기 때문"이라며 역사와 문화의 구체적 사건에 대한 언급의 중요성도 지적했다.
    안 교수는 "한국 문학에 나타나는 분단과 고통, 이별 등 '한'을 중심으로 쓴 이야기는 미국과 영국처럼 어려움을 겪지 못한 나라에서는 이해하지 못하지만, 한국에는 '한'과 함께 '흥'도 있다"며 "한국문학의 세계화는 다른 나라 문학과 작가와의 '만남'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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