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외환시장에서 엔화 환율은 22일 오후 5시 현재 달러당 84.83엔에서 거래됐다.
엔화 값은 달러당 82엔대 후반까지 뛰어올랐다가 일본 금융 당국이 지난 15일 엔화를 풀고 달러를 사들이는 시장 개입에 나선 뒤 달러당 85엔대로 내려갔다. 엔화 값이 달러당 84엔대로 다시 올라간 것은 시장 개입 이후 영업일 기준으로 4일 만이다.
일본이 6년 반 만에 외환 시장에 개입해 억지로 끌어내린 엔화 값이 다시 꿈틀거린 것은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21일(현지시각) 성명에서 국채 매입을 통한 추가 양적 완화 조치를 시행할 수 있다고 시사하면서다.
연준의 개입으로 시장에 달러가 풀리고 엔화 값이 올라갈 것으로 예상되자 일찌감치 엔화를 사들이려는 움직임이 일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이렇게 되자 시장의 눈길은 다시 일본 금융 당국으로 향했다.
달러당 85엔대를 유지하길 원하는 일본이 다시 시장 개입에 나설 것인가에 관심이 쏠린 것이다.
하지만 일본이 다시 한번 엔화를 풀고 달러를 사들이는 강경책을 취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럴 경우 미국과 일본이 본격적인 통화 전쟁에 돌입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일본은 지난 15일 외환시장 개입 직후에 미국이 비판적인 반응을 보인 점을 부담스러워하는 눈치다.
이에 따라 금융 당국이 거듭 외환시장에 개입하기보다는 일본은행의 추가 금융완화 조치를 통해 엔화 값을 잡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일본은행의 미야오 류조(宮尾龍藏) 심의위원은 22일 기자회견에서 연준의 성명과 관련해 "(일본은행이 취할 수 있는) 여러가지 정책의 효과와 부작용을 신중하게 점검하면서 적절한 타이밍이 오면 조처를 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23일자 아사히신문은 여기서 거론된 '여러가지 정책'과 관련해 일본은행이 장기국채 매입을 늘리거나 정책 금리 유도 목표를 현재의 '연 0.1%'에서 '연 0∼0.1%'로 내릴 수 있다고 예상했다.
장기국채 매입을 확대하는 방안과 관련해서는 가이에다 반리(海江田万里) 경제재정담당상이 "당연히 검토할만한 방안"이라고 말한 적이 있고, 미야오 심의위원도 "논의 중인 장래의 선택지 중 한 가지"로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시사했다.
하지만 연준이 당장 구체적인 조치를 취한 게 아니라는 점에서 일본도 적극적으로 나서기는 쉽지 않다는 신중론도 제기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일본은행이 우선 고정금리에 의한 신형 자금공급수단을 확충하는 등의 온건책을 취한 뒤 시장의 움직임을 지켜보면서 내달 4, 5일에 열리는 일본은행의 금융정책결정회의나 내달 28일 '전망 보고서'를 발표하는 시점에서 추가 대책을 발표할 가능성이 있다고 현지 언론은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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