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축구가 세계 무대에 첫걸음을 내디딘 것은 1948년 런던 올림픽 때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주관하는 월드컵에서는 1954년 스위스 대회 때 선을 보였다
이후 56년이 지난 2010년 9월, 한국축구 사상 첫 FIFA 주관 대회 우승이라는 새 역사가 쓰였다.
세계 제패는 남자가 아니라 여자 선수들이 먼저 해냈다. 그것도 17세 이하(U-17) 소녀들이 한국축구사의 한 페이지를 새로 장식했다.
한국 U-17 여자 대표팀은 26일(한국시간) 트리니다드 토바고에서 열린 2010 FIFA U-17 여자월드컵 결승에서 승부차기까지 가는 명승부 끝에 숙적 일본을 꺾고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한국축구가 FIFA 주관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것은 남녀를 통틀어 이번이 처음이다.
4강에 오른 적도 1983년 멕시코 20세 이하(U-20) 월드컵(당시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과 2002년 한·일 월드컵, 그리고 올해 독일에서 열린 U-20 여자월드컵에 이어 U-17 여자 대표팀이 역대 네 번째였고, 결승 진출조차도 이번이 처음일 만큼 FIFA 대회는 한국축구에 그리 호락호락한 무대가 아니었다.
한국축구 대표팀이 그동안 FIFA 주관 대회에서 거둔 최고 성적은 지소연(한양여대)을 앞세운 20세 이하(U-20) 여자대표팀이 지난달 독일에서 끝난 U-20 여자 월드컵에서 작성한 3위였다.
한국 여자축구의 역사나 저변을 생각하면 세계 제패는 '기적'이나 다름없다.
한국 최초의 여자축구대표팀이 꾸려진 것이 불과 20년 전이다. 1990년 베이징 아시안게임에 참가하기 위해서였다. 그해 창단된 3개 대학팀 선수들이 태극마크를 달았다. 그리고 같은 해 9월 아시안게임 출전 개막을 앞두고 동대문운동장에서 일본을 상대로 국제무대 데뷔전을 치렀다. 결과는 1-13 패배. 사흘 뒤 같은 장소에서 치른 일본과 두 번째 친선경기에서도 0-5로 졌다.
베이징 아시안게임에서는 북한(0-7 패), 일본(1-8 패), 대만(0-7 패), 중국(0-8 패)에 잇달아 대패하고 나서 홍콩을 1-0으로 이겨 겨우 A매치 첫 승리를 올리며 6개 팀 중 5위를 차지했다.
이후 1993년 대한축구협회 내 여성분과위원회가 구성돼 여자축구의 발전 방향을 본격적으로 논의하기 시작했다. 한국여자축구연맹이 창립된 것은 2001년의 일이다.
8월 현재 대한축구협회 등록 팀과 선수는 65개 팀 1천450명에 불과하다.
현재 한국 U-17 여자대표팀 선수들은 모두 고등학생인데, 고교 등록 선수는 고작 345명(16개 팀) 뿐이다. 345명에서 21명을 뽑아 세계 제패의 위업을 이룬 것이다.
한국 여자축구는 2002년 한일 월드컵을 치르며 갖춰진 인프라를 바탕으로 투자와 관심도 늘면서 일취월장하고 있다.
2003년에는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3위를 차지해 그해 미국 여자월드컵 본선에 출전했다. 한국여자축구 사상 첫 FIFA 주관 대회 참가였다.
2008년 뉴질랜드에서 열린 제1회 U-17 여자 월드컵에서 처음으로 8강에 올랐고, 월드컵 무대는 아니지만 지난해 베오그라드에서 열린 제25회 하계유니버시아드 결승에서는 일본을 꺾고 역시 대회 사상 처음으로 금메달을 따며 한국 여자축구의 잠재력을 알렸다. 올해 U-20 여자 월드컵에서는 3위에 올랐다.
그리고 U-20 여자 월드컵의 흥분이 채 가시기도 전에 동생들이 더 큰 일을 냈다.
지난해 11월 태국 방콕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U-16 선수권대회에서 일본, 북한 등을 꺾고 우승을 차지한 대표팀은 아시아를 넘어 세계무대에서도 최강자로 우뚝 섰다.
조별리그에서 여자축구 세계 최강인 독일에 0-3으로 졌을 뿐 나이지리아, 스페인 등 각 대륙을 대표하는 강호들을 차례로 꺾고 결국 일본마저 다시 제압하며 정상을 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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