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 구도로 압축된 이번 인수전의 관전 포인트는 △자금력 △시너지 효과 △경영능력 △인수 명분 등 크게 네 가지이다. 현대차그룹은 자금력과 경영능력에서 후한 점수를 받고 있는 반면, 현대그룹은 시너지 효과와 인수 명분에서 강한 면모를 보이고 있다.
◆5조원 VS 1조원
5조원. 현대차그룹이 당장 동원할 수 있는 현금성 자산이다. 현대건설 인수금액이 4조5000억원 안팎인 점을 고려하면 인수에는 큰 무리가 없어 보인다.
비록 현대차의 경우 중국 제3공장, 브라질공장 등에 대규모 투자금액을 쏟아 부어야 하지만, 현대차그룹의 계열사들의 신용등급이 높아 외부 자금조달에도 큰 어려움이 없는 상황이다.
반면 현대그룹이 동원할 수 있는 금액은 1조원 정도이다. 현대차그룹에 비해 상대적으로 초라한 규모다. 하지만 현대그룹이 2006년부터 현대건설 인수를 준비한 점을 감안하면 부족한 인수자금 문제에 대해서는 자금조달 계획이 이미 마련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최근 재무구조개선 약정이라는 족쇄를 벗은 점과 주력 계열사인 현대상선의 실적이 개선되고 있는 것은 호재임에 분명하다. 특히 3분기 실적이 역대 최고일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어 인수자금 마련에 파란불이 커졌다.
◆인수 효과 누가 클까
역대 굵직한 M&A에서도 알 수 있듯이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 효과는 승패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다. 이 점에서 현대그룹은 현대차그룹보다는 우의를 점하고 있다.
이미 현대그룹은 지난 4월 발표한 '비전 2020'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구체화했다. 현대건설 인수를 전제로 현대그룹은 사업구조를 글로벌 인프라ㆍ통합물류ㆍ종합금융ㆍ공간이동ㆍ관광유통교육 등의 5개 사업부문으로 확대, 추진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이미 계열사로 현대엠코라는 건설사를 두고 있어 사업부문이 겹친다. 이와 관련,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현대건설은 종합 엔지니어링사이지만, 현대엠코는 시공사로 사업영역이 달라 사업포트폴리오가 더욱 풍부해진다"고 반박했다.
◆'글로벌 현대건설'로 키울 사람은
경영능력은 현대ㆍ기아차를 글로벌 '톱5'를 키운 정몽구 회장에게 기울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이는 정 회장이 취임 초기부터 강조한 품질경영이 지금의 현대ㆍ기아차를 키워냈기 때문이다.
선친의 꿈인 일관제철소로 현대제철을 변모시킨 사실 역시 정 회장의 추진력과 탁월한 안목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비록 정 회장에 비해 경영성과는 작아 보이지만, 적자에 허덕이던 현대그룹을 흑자를 돌려세운 현정은 회장의 경영능력 역시 무시할 수 없다. 또한 취임 후 끊임없는 경영권 분쟁에서 경영권을 지켜낸 것을 보면 현 회장의 뚝심 역시 만만치 않음을 짐작할 수 있다.
◆진정한 적통이란
현대건설은 '현대 정신'이 시작됐다는 점에서 그 상징성은 기업가치 이상을 내포하고 있다. 이는 현대건설을 소유한 그룹이 진정한 '현대가의 적통'을 가지고 있는 것을 의미한다.
일단 고 정주영 명예회장에서 고 정몽헌 회장으로 이어지는 전통성을 가진 현대그룹이 명분싸움에서 앞선 것은 분명해 보인다.
현대차그룹 역시 이런 점을 의식, 27일 공식입장을 발표하면서 장자와 관련한 어떠한 점도 부각시키지 않았다. 철저하게 '경제논리'로 이번 인수전에 나서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재계 관계자는 "현대건설이 인수하는 기업이 명문과 실리 측면에서 진정한 현대가의 적통을 이어간다고 볼 수 있다"며 "이런 점을 고려했을 때 이들 그룹 간의 치열한 인수전이 전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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