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강소영 기자) 베이징에 있는 ‘왕서방’이 갑자기 쓰촨(四川)요리가 먹고 싶어졌다면 어떻게 할까? 인터넷에서 맛 집을 검색해야 할까? 아니면 아는 지인에게 쓰촨요리 식당 추천을 부탁해야 할까?
‘왕서방’의 선택은 매우 간단하다. 바로 쓰촨베이징사무처를 찾아가는 것. 음식을 먹기 위해 지방정부의 사무처를 찾는 것이 우리에겐 매우 이상하게 들린다. 그러나 베이징에선 각 지방의 정통한 음식을 먹기 위한 가장 간편한 방법으로 통한다.
중국의 각 지방정부는 베이징에 사무소를 설치해 필요한 업무를 볼 뿐 아니라, 산하에 자기고장 음식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일종의 ‘관영 식당’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식당은 타향에 있는 주민에게 ‘고향의 맛’을 제공하고,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자기 지방의 음식문화를 홍보할 수 있는 효과적인 창구로 평가 받고 있다.
중국 지방정부의 베이징 관영식당을 우리 관광업계 혹은 지방정부가 벤치마킹 한다면 어떨까? 최근 우리나라는 중국인의 인기 해외관광지로 떠오르고 있다. 갈수록 중국인 관광객 수도 늘어나고, 그들의 소비수준도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국경절 휴가를 맞은 1일부터 중국 관광객이 대거 한국으로 몰리고 있다. 중국인 관광객의 한국 방문 증가세를 유지하기 위해선 한번 한국을 다녀간 관광객에게 좋은 ‘이미지’를 남기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관광공사의 관련 조사에 따르면, 중국인 관광객은 한국 여행에 비교적 높은 만족도를 표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인에게 ‘의외’의 불만을 사는 것이 있다. 바로 우리의 음식. 적지 않은 중국인 관광객들이 한국에 오면 “배가 고프다”고 하소연 한다. 입맛에 맞는 음식도 별로 없고, 음식 종류도 다양하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로 중국인 관광객이 한국에 와서 접할 수 있는 음식의 종류는 제한적이다. 삼계탕, 삼겹살, 불고기, 한정식 그리고 냉면 등 몇 가지 손꼽히는 음식을 먹고 나면 더 이상 먹을 것이 없다는 것.
한국을 찾은 한 대만 관광객은 “한국의 야시장에 가면 노점마다 파는 음식의 메뉴가 똑같다. 떡볶이, 순대, 국수, 부침개 등 메뉴가 거의 비슷해서 특색이 없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일부 지자체에서는 중국인 관광객을 위한 중식당을 개점하는 방식으로 중국인 입맛 달래기를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진정한 문제 해결이라고 보기 힘들다. 적지 않은 돈을 들여 한국을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이 한국의 미식(美食)를 체험하지 못하고 중국음식으로 허기를 채워야 한다면, 이는 관광객과 우리나라 모두에게 큰 아쉬움이 아닐 수 없다.
그 보다 중국 지방정부의 베이징 관영식당처럼 한국 각 지방음식을 쉽게 맛 볼 수 있는 전문식당이 서울에 있다면, 관광객들이 쉽게 다양한 한국의 음식문화를 체험할 수 있을 것이다.
한식의 진수를 보여줬던 드라마 대장금을 통해 중국인의 한식에 대한 관심과 기대는 매우 크다. 우리가 제대로 된 한국의 음식을 중국인 관광객에 ‘대접’할 수 있다면, 수많은 중국 관광객은 ‘한식 홍보대사’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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