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경은 기자) 미·중·일 '빅3'의 글로벌 환율전쟁(Currency War) 여파로 원ㆍ달러 환율이 이상조짐을 보이면서 환율 하락이 국내증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논란도 커지고 있다.
신흥국은 선진국 대비 양호한 경기 회복세를 보이며 팽창된 글로벌 유동성을 흡수했다. 이 때문에 국내 금융시장은 채권ㆍ주식ㆍ환율의 '트리플 강세'를 보여왔다.
그러나 환율전쟁이 본격화되면 환율의 급격한 하락을 촉발해 당장 국내 수출기업들의 채산성 악화로 이어진다. 증시 전문가들은 장기적 펀더멘털 훼손 우려에도 상승가도를 달리고 있는 국내 증시에는 제한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 분석하고 있다.
28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원ㆍ달러 환율은 전일 종가 대비 1.90원 하락한 1146.30원으로 마감, 저항선으로 여겨졌던 1150원을 하향 돌파해 1140원대로 떨어졌다. 반면, 미 달러, 일본 엔, 유로 등 주요 선진국 통화는 약세환경으로 진입하고 있다.
글로벌 외환시장이 신흥국 통화 강세 및 선진국 통화 약세 환경으로 들어서면서 주요국이 자국의 경기 활성화를 위해 외환시장 개입을 통해 자국통화 약세를 유도하는 이른바 환율전쟁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신흥국이 맞불로 대응할 경우 상호출혈이 커질 수 있어 극단적인 상황으로 치달을 가능성은 낮다면서도, 원ㆍ달러 환율 하락세는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국, 일본, 중국 등의 외환보유고가 글로벌 전체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원화가치 절상 압력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는 것이다. 외환시장에서는 연말까지 1100원대까지는 하락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원화강세가 점진적으로 진행되면 달러캐리트레이드 자금의 유입으로 국내 금융시장 환경에는 우호적일 수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국내 주요 수출기업들의 실적 악화 뿐 아니라 수출 경쟁력 악화로 이어져 펀더멘털의 훼손이 불가피하다. 게다가 올해에 비해 내년 수출환경은 우호적이지 않을 전망이어서 우려를 키우고 있다.
이같은 전망에도 증시 전문가들은 이전에 비해 환율 하락이 증시에 미치는 직접적 영향은 크지 않다 보고 있다.
국내 증시는 양호한 아시아 신흥시장의 펀더멘털과 자유무역협정(FTA) 등 정책적 이슈로 환율 영향에서 다소 자유로워졌다는 평가다.
심재엽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한ㆍ미, 한ㆍ유럽연합(EU) FTA로 관세가 철폐되면 수출주들이 체감하는 환율 영향을 상쇄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한 현재 국내 경제 펀더멘털은 경기회복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환율 하락 속도를 경기 회복 속도가 압도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마주옥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환율 전쟁이 본격화되면 위안화나 엔화 대비해 상대적으로 리스크 프리미엄이 낮아지는 원화가 안정세를 이어갈 수 있다"며 "중국과 일본과 경쟁해야 하는 국내 수출기업들의 경쟁력은 환율하락으로 훼손되지 않을 것으로 봐 환율하락은 증시에 중립적 이슈로 해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환율 하락이 시장참여자들의 인식에 이미 선반영돼 있어 증시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란 주장도 있다.
임동민 KB투자증권 선임연구원은 "수출기업들이 한계로 인식하고 있는 환율 수준인 1100원 밑으로 원달러 환율이 하회할 경우 정책적 개입을 통해 환율 하락을 방어할 것"이라며 "이같은 시장참여자들의 공통적 인식은 증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상쇄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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