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금)[취재현장] "현대건설이 어려울 땐 외면하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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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09-30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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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김병용 기자) 우리 사회의 요즘 최대 화두는 '공정(公正)'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집권 하반기 국정 아젠다로 꺼낸 공정사회는 처음에는 친서민, 대기업 중소기업 등 소외계층에만 국한돼 있었다. 하지만 국무총리와 장관 후보자들이 줄줄이 낙마하면서 사회 전반을 강타하고 있다.

특히 딸의 특혜 채용으로 빚어진 유명환 외교통산부 장관 사퇴 파문은 '공정사회 열풍'을 몰고 왔다. 그만큼 우리 사회가 불공정하지 않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올해 인수ㆍ합병(M&A) 시장의 최대 매물인 현대건설 인수전이 드디어 막이 올랐다. 잠재적 인수 후보로만 거론됐던 현대자동차그룹이 지난 27일 공식입장을 밝히면서, 이미 인수의사 천명한 현대그룹과 함께 이번 인수전은 양강 구도로 압축됐다.

시장에서는 현대차그룹의 압승 예상하고 있다. 인수전의 최대 관건인 자금력에서 현대차그룹이 현대그룹을 압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현대건설 인수 후 현대엠코와의 합병을 통해 정의선 부회장의 승계구도를 구축한다는 의혹도 공식입장 발표를 통해 해소했다.

하지만 여전히 현대차그룹은 개운하지 않은 구석이 있다. 지난 2000년 현대건설이 유동성 위기에 휘말렸을 당시 현대차그룹은 도움의 손길을 외면한 것이 그것.

당시 상황은 이렇다. 고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이 현대건설 유동성을 해결하기 위해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이에 대해 정몽구 회장은 소액주주 및 투자자 이익보호 등을 이유로 거부했다.

결국 여론이 악화되자 현대차그룹은 현대건설의 인천철구공장을 매입하는 등 지원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마저도 정몽구 회장은 이듬해인 2001년 당시 김각중 전경련 회장을 만난 자리에서 "현대건설 문제는 시장원리대로 처리할 것"이라고 말해 현대건설 지원 불가입장을 재차 확인했다.

이런 현대차그룹의 전례 때문에 어려울 때는 외면하더니 정상화가 이뤄지니까 인수에 나선다는 곱지 않은 시선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은행연합회의 '채권금융기관 출자전환주식 관리 및 매각준칙'에는 "부실책임의 정도 및 사재출연 등 경영정상화를 위한 노력의 사후평가를 통해 '우선매수청구권'을 부여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다.

공정이 시대의 화두인 요즘 현대차그룹이 곱씹어 봐야할 대목이다.

ironman17@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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