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을 둘러싼 갈등이 양국의 대(對)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구애'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7월 베트남 아세안지역 안보포럼(ARF)에서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이 난사군도(南沙群島)와 서사군도(西沙群島) 분쟁의 평화적 해결이 미국 국익과 직결된다고 발언한데 대해 중국이 거세게 반발하면서 촉발된 갈등이 이제는 미중 양국의 아세안 편만들기 공세로 연결되고 있는 것.
클린턴 국무장관의 발언후 중국이 '한판 붙자'식의 대미 공세에 나서 한달여 남중국해 긴장이 고조됐고 미국이 베트남과 합동군사훈련 실시와 핵협력 카드라는 강수를 둬 중국이 물러선 게 1차전이라면 미중 양국이 아세안과의 적극적인 협력 강화에 나선 게 2차전이라는 설명이다.
관영 차이나데일리는 1일 류젠차오(劉建超) 필리핀 주재 자국대사를 인용해 중국이 난사군도에서의 충돌방지를 위해 아세안과 분쟁방지 규약 제정을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지난 2002년 캄보디아에서 중국과 아세안간에 체결된 남중국해 긴장고조행위 자제 선언을 법적 구속력을 갖는 규약으로 높이자는 게 골자로 현재 실무협의가 진행중이라고 이 신문은 전했다.
중국의 이런 움직임은 남중국해 분쟁을 당사국간 규약으로 해결하는 시스템을 만들자는 것으로, 미국의 개입 차단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게 대체적인 지적이다.
그러나 여러 개의 섬과 산호초로 이뤄진 난사군도 지역의 경우 원유와 천연가스가 풍부히 매장된 것으로 알려진데다 석유를 포함한 각종 원자재의 국제적인 핵심수송로라는 점에서 브루나이, 말레이시아, 필리핀, 대만, 베트남 등 관련 당사국들이 중국에 그다지 우호적이지 않아 중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특히 베그니노 아키노 필리핀 대통령은 지난 23일 유엔 총회 참석차 미국 뉴욕을 방문해 미 대외관계협회에서의 연설에서 중국이 아직 남중국해 분쟁과 관련해 아무런 압력을 행사하지 않았으나 압력을 가해온다면 아세안이 똘똘 뭉쳐 반대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러자 같은 날 중국 외교부의 장위(姜瑜) 대변인은 이와 관련해 "중국은 남중국해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노력해왔으며 관련 당사국들이 역내 평화와 안정을 위해 친선우호와 상호신뢰의 정신 아래 쌍무 간 협상과 담판으로 분규를 해결하기를 바란다"고 오히려 몸을 낮췄다.
이런 가운데 현지시간으로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지난 24일 뉴욕에서 아세안 정상들과 회담을 갖고 남중국해를 비롯한 아시아 지역 영토분쟁의 평화적 해결과 항행(航行)의 자유 보장, 지역 안정과 국제법 준수가 중요하다는데 의견을 같이 하는 등 남중국해 개입 의지를 확인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특히 회담 개막연설에서 "태평양 국가의 하나인 미국은 아시아 지역민과 미래에 '상당한 이해관계(enormous stake)'를 갖고 있다"고 밝혀 주목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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