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와 무 값은 천정부지로 오르고 양념 채소 가격도 폭등해 손실이 하도 커 이달부터 김치 값을 올렸습니다. 지난달에만 4억원의 손실이 발생해 고객들에게 미안하지만, 어찌 할 수 없었습니다."
1일 오후 1시 10분 국내 최대 배추절임, 가공 공장인 전남 해남군 화원면 화원농협 김치공장.
흰색 위생복 차림의 30~40대 여종업원들이 배추를 다듬고 반으로 쪼개 신안산 천일염을 '팍팍' 뿌리고 있었다. 다른 한쪽에서는 전날 절인 배추를 절임 통에서 꺼내 컨베이어를 통해 세척기로 보내는 작업을 하느라 분주했지만 얼굴은 굳어 있었다.
옛날 같으면 신이 났을 작업이지만 '금값'인 배추를 다듬는 탓인지 버려지는게 많을까 봐 신경을 쓰는 등 공장 분위기가 착 가라앉아 있었다.
공장장 정영호 상무는 "지난 1월부터 채소값이 고공행진을 하더니 최근 사상 최고가를 연일 갈아치우고 있다"면서 "3배 이상 오른 배추를 강원도에서 어렵게 공수해 김치를 만들고 있지만, 만들면 만들수록 적자만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정 상무는 "지난 1월 학교 등 단체 급식소와 전년도 평균 구매 농산물 시세를 적용해 김치 단가 계약을 하고 김치를 공급하고 있는데 배추값이 폭등하면서 김치 제조원가가 40% 이상 상승해 공장 운영이 어려운 상태"라고 걱정했다.
이 공장에서는 지난 9월부터 하루 배추 사용량이 60t에서 25t으로 줄었으며 김치 생산량도 5t에서 2t으로 크게 떨어졌다.
예년 배추 가격의 3배가 넘는 7천원을 주고 사온 배추로 겨우 김치를 만들어 팔던 이 공장은 이달부터 김치 가격을 60~80% 올렸다.
지난달 한 달에만 4억원 적자가 발생해 도저히 버틸 수 없었기 때문이다.
판매 직원 신설희(27)씨는 "김치 주문 전화가 많이 오지만 배 가까이 오른 김치를 선뜻 주문하지 못하고 머뭇거리다 끊는 경우가 많다"면서 "예년 같으면 절임 배추 주문도 많은데 지금은 완제품이 싸다는 생각 때문인지 판매가 더 늘었다"고 말했다.
비상 경영체제로 전환한 이 공장은 이달 말께면 배추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해남지역 가을 배추 생산이 시작돼 숨통이 트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추 공급이 제대로 되면 올렸던 김치 가격도 내리겠다는 공장장의 얼굴에는 배추 대란으로 겪은 마음고생 때문인지 밝아 보이질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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