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박했던 부산 해운대 고층아파트 화재 대피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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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10-01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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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대형 화재가 발생한 부산 해운대구 마린시티내 초고층 주거용 오피스텔인 우신 골든스위트 아파트에서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긴급 대피한 주민들은 긴박했던 순간을 떠올리며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또 아파트 중간 부분이 긴 부채꼴 모양으로 폐허처럼 타버린 화재 현장 주변 도로에는 고층에서 떨어진 수많은 잔해가 널브러져 있다.

대다수 입주민들은 관리사무소 측이 미온적으로 대처했다고 입을 모았고, 화재초기에 소방관들이 유리를 깨고 적극적으로 진화에 나섰다면 피해가 커지 않았을 것이라며 분통을 터트리기도 했다.

직접적인 화마를 피해간 이 아파트 서관의 24층에 거주하는 홍모(21.여)씨는 "혼자 집에 있었는데 관리사무소 측의 안내방송은 전혀 없었고, 119구조대의 사이렌 소리를 듣고 아파트에 불이 났다는 것을 알았다."라면서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었다."라고 말했다.

홍씨는 "일단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데 5분쯤 지나니까 TV가 갑자기 꺼지는 등 단전됐고, 곧바로 강한 폭발음과 함께 파편이 떨어져 공포에 휩싸였다."라면서 "급히 비상계단 문을 열었는데 시커먼 연기 때문에 한치 앞이 보이지 않아 집으로 돌아와 벌벌 떨고 있었다."라고 당시의 긴박했던 순간을 전했다.

그는 또 "한참 후에 소방관이 현관문을 두드려서 나가보니 연기가 많이 빠져 있었다."면서 "비상계단을 통해 1층 로비까지 뛰어 내려갔지만 건물에서 떨어지는 파편 때문에 한참이나 밖으로 나갈 수 없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소방관들이 내부 지리를 제대로 몰라 헤매는 사이 다수의 고층 주민이 옥상으로 대피한 것으로 안다."라면서 "이 과정에서 관리사무소 직원은 보이지 않았다."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다른 입주민 김모(53.여)씨는 "외출하려다 4층에서 불이 난 것을 발견하고 신고를 요청했지만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었다."라면서 "불이 중간통로를 타고 그렇게 빨리 확산할지는 몰랐다."라고 말했다.

김씨는 또 "처음에 소방관들이 왔길래 5~6층 유리를 깨고 빨리 불을 끄면 될 것이라고 얘기했지만 소방관들은 '동의가 필요하다'면서 미적거렸고, 그 사이에 불길이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당초 골프연습장용으로 마련한 공간이 어떻게 환경미화원의 작업실이 됐는지 모르겠다."라면서 "그곳에서 소각작업을 하기도 했다는 말이 있다."라면서 의문을 제기했다.

불길이 가장 컸던 아파트 뒤편에서 쉴새 없이 떨어지는 파편이 4차선 도로를 가득 메우는 장면을 하염없이 지켜본 인근 주민은 "초고층 아파트가 이제는 겁이 난다."라면서 "나름대로 최첨단 건물인데 이렇게 화재에 취약하다니 어처구니가 없다."라고 불안해했다.

한편 아파트 주변지역은 경찰과 소방당국이 일반인의 출입을 철저하게 통제하고 있는 가운데 가족의 생사를 확인하지 못한 입주민들이 현장으로 들어가려다 이를 막는 경찰과 승강이를 벌이는 곳곳에서 소동이 벌어졌다.

또 가족과 친지의 안전을 묻는 전화가 폭주한 탓인지 한때 아파트 주변의 휴대전화가 불통돼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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