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은 1일 르완다와 우간다 등 일부 관련 국가들의 강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콩고민주공화국(민주콩고) 동부 지역에서 발생한 대량 학살과 집단 강간에 관한 보고서를 공개했다.
공개에 앞서 르완다 정부는 이 보고서가 "흠결이 많고 위험스러우며 역사에 대한 모욕"이라고 비난했고, 우간다는 유엔 평화유지 임무에서 자국군을 철수하겠다고 협박했다.
AFP가 이날 공개에 앞서 입수해 보도한 보고서는 민주콩고에서 1993년부터 2003년 사이에 벌어진 두 차례 전쟁 기간에 외국군과 반군 단체들에 의해 전쟁범죄와 대량학살이 자행됐음을 시사했다.
보고서는 "이는 명백하게 체계적이고 광범위한 공격행위로서, 적절한 재판 절차를 거친다면 대량학살 범죄로 규정할 수 있는 수많은 요소들이 밝혀졌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이는 전투 과정에서 무고하게 민간인이 살해당한 정도의 문제가 아니라, 콩고해방민주동맹(AFDL)과 르완다군(APR), 부룬디군(FAB) 등에 의해 민간인이 일차적인 공격 대상이 됐고 수백명이 처형당한 것에 대한 문제 제기"라고 말했다.
보고서에 사용된 표현은 지난 2008년 이후 조사팀의 활동으로 만들어졌던 초안보다는 다소 완화됐다.
최종 보고서에서는 1996년부터 1998년 사이 1차 콩고 전쟁 기간의 우간다와 르완다, 브룬디 군의 개입에 대한 언급에 `알려진 바에 따르면' 또는 `겉으로 보기에' 등의 표현이 새로 삽입됐다.
르완다 군에 의해 저질러진 것으로 알려진 후투족 난민 학살에 대해 초안은 "적절한 재판 절차를 거친다면 대량 학살 범죄로 규정할 수 있는 `움직일 수 없는' 수많은 요소들이 밝혀졌다"고 기록했었다.
최종 보고서는 또 법정에서 대량학살을 입증하는 데 어려움이 있음을 설명하는 몇 개의 문단을 추가했다.
결론적으로 보고서는 1996년부터 1997년 사이에 일어난 심각한 범죄를 규명하기 위해서는 정식 사법적 심리 절차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오로지 정식 조사와 사법적 판결로만 당시의 사건이 대량학살에 해당하는가의 여부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보고서는 지난 2008년 7월부터 2009년 6월까지 유엔 조사단이 수집한 자료와 1993년부터 2003년 사이 민주콩고에서 이뤄진 위법행위에 대한 문서를 토대로 했다.
나바네템 필레이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최종 보고서 발간에 앞서 핵심 내용이 초안에 비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며 "이번 보고서를 토대로 민주콩고 정부는 진정한 정의와 배상, 개혁을 위해 이러한 위법행위의 유산들을 처리할 적절한 과도기적 사법 절차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고서에 언급된 아프리카 국가들은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폴 카가메 르완다 대통령은 르완다 군이 민주콩고에서 후투족 난민을 학살했다는 보고서의 주장을 "터무니없다"며 거부했다.
카가메 대통령 자신은 1994년 민주콩고 동부 국경 근처에서 후투족 반군을 축출하는 데 선봉에 섰던 인물이다.
루이스 무시키와보 르완다 외무장관은 "르완다 정부는 최종 보고문건이 시작부터 끝까지 흠결이 많고 위험스럽다고 단언한다"며 `역사에 대한 모욕'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르완다는 사전 유출된 보고서 초안이 프랑스 신문에 보도되자 수단에 주둔 중인 자국 평화유지군을 철수하겠다고 협박했고,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르완다 수도 키갈리로 날아가 설득함으로서 병력 주둔을 유지하겠다는 답변을 끌어냈다.
우간다 역시 보고서 내용에 강력히 항의했다. 우간다 외무장관은 현지언론에 보낸 공개 서한에서 소말리아 평화유지 활동에 투입하고 있는 자국군을 철수할 수도 있다고 압박했다.
우간다는 소말리아에 약 4천300명의 병력을 주둔시키고 있고, 수단 남부와 다르푸르, 아이보리코스트, 동티모르 등에도 군과 경찰 병력을 파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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