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 종료 직후 현지 통신사 BNS와 TV방송, 리가 대학 등이 공동 실시한 출구조사 결과 발디스 돔브로프스키스 현 총리가 이끄는 정당 '신시대'를 포함한 3개 정당이 결성한 정당연합 '통합'이 34%의 지지로 1위를 차지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러시아 인테르팍스 통신 등이 3일 보도했다.
당초 '통합'과 팽팽한 접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됐던 친(親) 러시아 성향의 중도좌파 정당 '화합센터'는 30% 득표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출구조사 결과가 확정되면 2009년 경제위기 와중에 전임 내각이 붕괴하면서 집권한 돔브로프스키스 총리가 통치를 이어갈 수 있게 된다.
단원제 의회인 '세임' 의원 100명을 뽑는 이번 총선에는 모두 13개의 정당과 정당연합이 참여했으나 투표 전부터 돔브로프스키스의 '통합'과 러시아어를 사용하는 주민들이 지지기반인 '화합센터'의 2파전으로 예상됐다.
'화합센터'는 지난해 라트비아 역사상 현지 러시아인으로는 처음으로 수도 리가의 시장으로 선출된 닐 우샤코프가 이끌고 있다.
투표에 앞서 일부 전문가들은 자체 여론조사 결과 등을 토대로 '화합센터'의 승리를 점쳤었다. 하지만 결과는 '통합'의 승리가 유력시되고 있다.
유권자들은 아직도 2008년 국제경제위기의 여파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에서 급격한 변화보단 안정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정당 '화합센터'가 집권하면 인구 230만의 라트비아가 2004년 가입한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와 유럽연합(EU)에서 멀어져 러시아 쪽으로 급격히 기울 것이란 우려가 제기됐다.
이 경우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절실한 서방의 지원에도 차질이 빚어질 것이란 예상도 나왔다.
2000년대 중반 친 서방 노선을 본격화한 이후 고속성장을 이어가던 라트비아 경제는 2008년 국제경제위기의 여파로 곤두박질쳐 경제규모가 4분의 1로 줄어들고 실업률이 25%까지 치솟는 혼란을 겪었다.
2008년 12월 국제통화기금(IMF)과 EU로부터 긴급투입된 103억 달러의 구제자금이 간신히 라트비아를 국가부도위기에서 구했다.
이번 총선에 앞서 차기 총리 임명권을 가진 발디스 자틀레르스 라트비아 대통령은 총리 선택의 기준으로 위기극복 프로그램을 충실히 이행할지에 최우선순위를 둘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자틀레르스 대통령은 또 지금까지의 친서방 외교 노선 변경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화합센터'가 차기 내각을 구성하는데 반감을 갖고 있음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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