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관광 재개를 두고 남북의 입장차가 분명한 상황에서 30일 시작되는 이산가족 상봉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관측에서다.
우리 정부는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해 북측에 2008년 7월 박왕자씨 피격사건에 대한 진상규명, 재발방지책 마련, 관광객 신변안전 보장을 위한 제도적 장치 완비 등 '3대 선결과제' 해결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북측은 지난해 8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을 만나 박씨 사건의 재발 방지와 '관광에 필요한 편의 및 안전보장'을 약속한 만큼 '3대 선결과제'는 해결됐다는 입장이다.
이는 지난 2월 금강산.개성관광 재개를 위한 당국간 실무회담에서도 확인됐다.
게다가 천안함 사태 이후 이른바 '5.24조치'로 일부 인도주의적 사안과 개성공단을 제외한 모든 남북 간 교류가 차단돼 있고, 이를 풀려면 북측의 성의있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게 정부의 입장인 만큼 남북의 이런 입장차가 좁혀질 가능성은 상당히 작아 보인다.
따라서 우리 정부가 북측의 제의에 응해 오는 15일 실무회담이 열리더라도 이렇다 할 성과를 내기 어렵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정부의 고민은 여기서 시작된다.
우선 실무회담에서 북측이 1년여만에 열리는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협상의 수단으로 삼아 요구를 관철시키려 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북측이 바라는 결과를 얻어내지 못할 경우 상봉 행사 자체가 연기되거나 무산될 수 있다.
물론 북측이 먼저 제의하고 또 최종 합의한 사안을 무효화할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최악의 상황에도 대비해야 하는 정부로서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그렇다고 북측의 제의를 대놓고 거부하기도 쉽지 않다.
지난 1일 세 번째 적십자 실무접촉에서 우리측은 북측이 요구한 금강산관광지구 문제 해결을 위한 당국간 접촉 문제는 추후 북측이 제기하면 관계 당국에서 검토하겠다는 입장으로 가능성을 열어 두는 선에서 해결했다.
이 밖에 오는 26∼27일에는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를 비롯한 인도주의 문제 해결을 위한 남북 적십자회담도 예정돼 있다.
정부 일각에서는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서는 경직적인 북한보다 우리가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취지의 전향적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와관련, 김황식 국무총리는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대북 쌀지원 문제에 대해 "완벽한 모니터링을 통해 (유용되지 않는다는) 확실성이 확보 안 됐다고 인도적 지원조차 주저한다면 가혹하다"며 "부분적으로는 (북한에) 속더라도,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북 쌀지원에 소극적인 현인택 장관을 비롯한 통일부의 대체적 기류와는 다른 맥락의 발언이다.
이에 따라 정부가 북측의 회담 개최 자체는 수용하더라도 회담 날짜를 이산가족 상봉 직전이나 그 이후로 수정 제의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3일 "북측의 제의에 대한 정부의 대응 방침이 하루 이틀 안에 결정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수용 여부와 개최시기 등을 이산가족 상봉을 비롯한 다양한 변수와 함께 종합적이고 전략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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