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훈은 3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와 준플레이오프(5전3선승제) 4차전에서 3-2로 앞선 7회 말에 등판해 `대형화재'로 번질 뻔했던 2사 만루 위기를 완벽 진화했다.
8회에도 롯데 중심타선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았고 주도권을 잡은 두산은 9회 초에 타선이 폭발해 무려 8점을 뽑으면서 대승을 거뒀다.
정재훈은 지난 1, 2차전에서 두 구단을 통틀어 가장 마음이 아팠던 선수.
지난달 29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1차전에서 5-5로 맞선 9회 초에 전준우에게 결승 솔로홈런을 빼앗기고 패배의 장본인이 됐다.
다음 날 잠실구장에서 벌어진 2차전에서도 1-1로 맞선 10회에 이대호에게 결승 스리런 홈런을 얻어맞는 수모를 당했다.
이날 경기에서 정재훈은 스스로 심리적 부담이 있었고 코치진의 판단에도 못 미더울 수밖에 없는 구석이 있었지만 두산으로서는 가용할 투수가 없었다.
일시적인 선발로 나온 임태훈이 3이닝 만에 내려갔고 1선발인 에이스 켈빈 히메네스가 투입됐을 뿐만 아니라 이현승, 고창성 등도 잇따라 마운드에 올랐다.
1승2패로 벼랑에 몰려 마운드 운영이 이판사판이 된 상황에서 매우 부담스러울 수 있는 상황에 정재훈이 등판한 것.
하지만 절체절명의 위기를 넘기고 분위기까지 빼앗아오는 데 힘을 보태면서 벤치와 팬들의 우려를 한 번에 불식했다는 평가다.
정재훈은 경기가 끝난 뒤 "동료에게 많이 미안했다"며 "기회가 오면 이길 수 있도록 하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1, 2차전이 끝나고 나 때문에 졌기 때문에 기분이 좋지 않았다"며 "그렇지만 선수들이 그런 기색을 전혀 비치지 않아 편하게 할 수 있었고, 오늘 밑져야 본전이라고 생각하고 던졌다"고 덧붙였다.
정재훈은 2005년 30세이브, 2006년 38세이브를 수확하는 등 2008년까지 개인통산 111세이브를 챙겨 소방수 경험이 풍부하다.
그는 면도날 같은 제구력을 주특기로 삼아 작년에는 선발 마운드에 오르기도 했다가 올해는 허리진으로 돌아왔다.
정재훈은 올해 마무리 투수로 활약했던 이용찬이 시즌 막판에 음주 교통사고와 도주 등의 혐의로 입건되고 구단에서 출전정지 제재를 받음에 따라 포스트시즌에서 소방수 역할을 떠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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