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니아대선, 이슬람-크로아계 온건파 당선 유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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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10-04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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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계, 크로아티아계, 세르비아계 등 세 이민족이 '한 지붕 세 가족' 형태를 띤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BiH)의 선거에서 민족통합 진전과 관련해 혼재된 전망을 이끄는 선거 결과가 나왔다.

내전을 겪은 보스니아는 1995년 데이턴 평화협정에 따라 형식적 권한을 지닌 중앙정부(BiH)와 실질적 자치권을 지닌 이슬람계-크로아티아계 연방(FBiH)과 세르비아계 스르프스카 공화국(RS)으로 구성돼 있다.

3일(현지시각) 치러진 중앙정부 대통령위원회 선거에서 개표가 80% 진행된 가운데 이슬람계 대표는 바키르 이제트베고비치 후보가 34.6%를 득표, 25%를 얻은 민족주의자인 하리스 실라지치 현 대통령위원을 제쳤다.

이제트베고비치 후보는 유세 기간 민족 통합된 보스니아로 나가려면 민족 간 대립이 아닌 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해 온건파로 분류된다.

크로아티아계 대표는 `다민족 보스니아'를 주창해온 젤리코 콤시치 현 대통령위원이 58.3%를 얻어 당선을 확정했다.

남은 세르비아계 대표는 현 대통령위원인 네보샤 라드마노비치 후보가 49.8%를 득표, 47.0%를 얻은 믈라딘 이바니치 후보에 근소한 차이로 앞서 있다.

라드마노비치 후보는 스르프스카 공화국의 분리 독립을 주창해온 강경 민족주의자인 밀로라도 도디크 스르프스카 공화국 총리의 영향력 아래 있는 인물이다.

만일 이대로 선거 결과가 확정되면 중앙정부 대통령위는 이슬람계-크로아티계 는 온건파, 세르비아계는 강경파가 차지하는 구도가 된다.

중앙정부 대통령위는 이슬람계, 크로아티아계, 세르비아계 등 3개 민족 대표로 구성돼 각 위원이 8개월씩 돌아가며 의장직을 맡는다.

민족주의자인 실라지치 현 대통령위원이 패배함에 따라 중앙정부 대통령위 차원에서는 민족 통합을 위한 여건이 다소 나아졌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보스니아가 다민족 통합 국가로 나아가는 실질적 동력은 스르프스카 공화국 내 정치 지형 변화에서 찾을 수 있다는 측면에서 본다면 앞으로 민족 통합과 정치 개혁에 의미 있는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일반적이다.

라드마노비치 중앙정부 대통령위원이 재선될 가능성이 큰 데다 세르비아계 실질적 지도자인 도디크 총리가 스르프스카 공화국 대선에서 당선돼 신임을 다시 얻었기 때문이다.

스르프스카 공화국이 지닌 권한과 자산을 중앙정부로 이양함으로써 보스니아를 다민족 통합국가로 발전시키려는 유럽연합(EU) 등 서방의 계획은 도디크 총리 등 강경 민족주의 세력이 득세한 스르프스카 공화국의 반발에 번번이 좌절됐다.

도디크 총리는 투표 당일에도 "만일 타협과 균형을 찾지 못한다면 다른 선택이 있다. 평화적으로 분리하는 것"이라며 강경 발언을 내놓았다.

이번 보스니아 선거는 중앙정부 대통령위 3인 외에 중앙정부 및 각 공화국 의회 의원, 스르프스카 공화국 대통령 등을 선출했다.

투표율은 56.3%로 2006년 선거(55.3%)보다 조금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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