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인수전 관전 포인트③] "경영능력ㆍ도덕성, 내가 한수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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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10-07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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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김병용 기자) 한화그룹은 2008년 매각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됐음에도 대우조선을 품에 안는데 실패했다. 인수 실패에는 여러 원인이 있지만, 특히 대우조선 노조의 반대가 결정적이었다.

노조는 당시 "한화그룹은 김승연 회장의 술집 종업원 보복폭행 사건으로 인한 기업 이미지 실추 및 대우조선 육성 비전이 부족하다"며 한화의 대우조선 인수를 강력하게 반대했다.

이처럼 인수기업 최고경영자의 경영능력과 도덕성은 채권단의 주요 평가 기준이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장ㆍ단점이 뚜렷하다.

◆뚝심 對 뚝심

현대ㆍ기아차는 지난 2009년 464만대를 판매, 글로벌 점유율 7.8%로 도요타ㆍ폴크스바겐ㆍ제네럴모터스 등에 이어 글로벌 '톱5' 브랜드로 올라섰다.

또한 지난 4월 현대제철 고로 제철소 1기 완공으로 철강-부품-자동차로 이어지는 자동차 일관체제를 구축했다. 자동차 부품 업체인 현대모비스도 매출 10조원을 넘어섰다.

이에 힘입어 지난 2000년 계열분리 당시 10개였던 계열사 수도 41개로 늘어났다. 총 자산도 34조390억원에서 86조9450억원(2009년 4월 기준)으로 늘었다.

재계 순위도 껑충 뛰어올라 5위(공기업 제외)에서 삼성그룹에 이어 2위로 올라섰다. 매출액도 '꿈의 100조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이 같은 현대차그룹의 눈부신 성장은 정몽구 회장의 저돌적인 추진력과 강력한 리더십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분석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많지 않다.

현정은 회장 역시 뚝심에서는 밀리지 않는다. 지난 2003년 고 정몽헌 회장의 갑작스런 사망으로 세 자녀를 둔 주부에서 현대그룹 총수로 변신한 현 회장.

그는 취임 후 '시숙부의 난' '시동생의 난' 등으로 불리는 경영권 분쟁에서 경영권을 지켜내는 저력을 보여줬다. 또한 적자에 허덕이던 현대그룹을 흑자 기업으로 탈바꿈시켰다.

시아버지인 고 정주영 명예회장과 남편의 숙원이 담긴 대북사업에서도 괄목할 만한 성과를 보였다.

현 회장은 지난 2007년 평양을 방문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나 백두산 관광, 개성 관광, 비로봉 관광 등을 약속 받았다. 대북 사업을 주도하는 현대아산은 '고 박왕자씨 피살사건' 이전까지 3년 연속(2005~2007년) 흑자를 기록했다.

그럼에도 정몽구 회장에게 힘이 더욱 실리는 것이 사실이다. 재계 관계자는 "경영능력만 놓고 보면 현대차를 글로벌 기업으로 키운 정몽구 회장에게 (현정은 회장보다는) 더 높은 점수를 줘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정몽구 회장은 인수 후 현대건설의 발전방향을 '글로벌 건설사 육성'이라고 밝힌 점도 그의 경영능력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배임ㆍ횡령'과 '읍참마속' 사이의 간극

반면 현대차그룹의 불안 요소는 여전하다. 정몽구 회장이 지난 2007년 배임ㆍ횡령혐의로 징역 3년에 집형유예 5년을 선고 받은 적이 있다. 때문에 인수전이 가열되면 도덕성 논란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두산그룹과 한화그룹은 금융사를 인수할 때 총수 일가의 도덕성 논란으로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서 문제가 제기됐었다. 이로 인해 금융당국의 승인을 얻는 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

GS그룹 역시 대우조선인수전 참여 당시 사상 최대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에 휘말려 인수기업 평가항목에서 상당한 감점을 받을 우려가 제기돼 인수의사를 자진 철회했다.

현정은 회장은 이점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총수 자리에 오른 후 별다른 스캔들없이 그룹을 운영해 왔다.

특히 현 회장은 2005년 당시 현대그룹 대북사업을 사실상 총괄해왔던 김윤규 현대아산 부회장을 사퇴시키는 초강수를 꺼내들었다. 대북사업과 관련한 김운규 부회장의 개인비리가 문제였다.

김 부회장이 고 정몽헌 회장의 가신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현 회장이 '읍참마속' 심정으로 결단을 내린 것이다. 이로써 선대 회장부터 현대그룹을 끊임없이 괴롭혀 오던 '대북사업 특혜시비'란 악순환의 고리를 끊었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현정은 회장이 대북사업 스캔들로 현대그룹이 많은 어려움을 겪었던 만큼 '정도경영'에 힘쓰고 있다"고 전했다.

ironman17@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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