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정은 기자) 미국ㆍ중국ㆍ일본 등 'G3'가 벌이던 '환율전쟁'이 도미노처럼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수출 의존도가 큰 신흥국이 잇따라 외환시장 개입에 나서면서 형성된 선진국과의 대결구도는 이번 주말 미국 워싱턴에서 극에 달하게 될 전망이다.
6일(현지시간) 로이터와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중국과 유럽연합(EU)은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위안화 절상문제 등을 논의했으나 합의안 도출에 실패했다. 원자바오 중국 총리는 미국의 위안화 절상 압박에 힘을 실어준 EU 지도부에 대해 "위안화를 급속하게 절상하면 중국 기업들이 파산하고 일자리가 사라져 사회불안이 조성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로써 위안화를 비롯한 환율문제는 8일 워싱턴에서 개막되는 국제통화기금(IMF)ㆍ세계은행 연차총회와 서방선진7개국(G7) 각료회의 등에서 논의될 전망이다.
문제는 이번 환율전쟁이 미국과 유럽 중심의 선진국과 중국을 축으로 모인 브라질ㆍ태국ㆍ인도네시아 등 신흥국 사이의 대결구도로 굳어지고 있어 돌파구를 찾기가 여의치 않다는 데 있다. 신흥국 환율당국은 달러화의 약세기조가 자국 통화 강세로 이어져 수출경쟁력을 갉아먹고 있다고 비판한다.
티머시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은 이같은 대결구도를 용인하고 있는 눈치다. 그는 6일 워싱턴에 있는 브루킹스연구소에서 한 연설에서 "통화가치가 현저하게 저평가돼 있는 국가들은 통화를 절상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면서도 일본이 시장개입을 통해 환율전쟁의 총성을 쏘아올렸느냐는 질문에는 "아니다"라고 답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 칼럼니스트인 마틴 울프 역시 최근 "국제공조를 통한 문제 해결이 바람직하지만 선진국과 신흥국의 이해관계가 엇갈려 실현 가능성은 적다"고 지적했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브라질ㆍ인도ㆍ태국 등은 최근 잇따라 외환시장 개입 방침을 시사하고 있다. 브라질은 헤알화의 강세기조를 끊기 위해 지난 4일 금융거래세를 추가 인상했고, 인도와 태국 중앙은행도 5일 외자유입 통제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낙관론도 제기하고 있다. 올리비에 블랑샤르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6일 워싱턴에서 가진 회견에서 "환율 조정과 관련 있는 국제 무역불균형 등의 이슈는 최근 중요성이 크게 부각되고 있다"며 "(다음달 서울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환율문제와 글로벌 불균형 시정을 위한 대책을 도출하지 못할 것이라고 예단하기는 아직 이르다"고 말했다.
nvcess@ajnews.co.kr
[아주경제 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