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과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8일(현지시간) 로마교황청에서 만나 프랑스의 집시추방 정책에 대해 논의했다.
바티칸 당국은 성명을 통해 두 사람이 약 30분 동안 만났으며, 이 자리에서 중동 평화협상을 비롯한 여러 가지 국제적인 현안들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사르코지 대통령은 교황과 만난 이후에도 프랑스 정부의 불법 이민자 추방정책이 '도덕적인 지시'라고 말해, 집시추방에 대해 자신의 입장이 바뀌지 않았음을 분명히 밝혔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또 이날 성 베드로 대성당을 방문, 장-루이 토랑 추기경과도 만났다.
토랑 추기경은 사르코지 대통령 일행이 참석한 기도집회에서 프랑스 정부의 집시추방을 직접적으로 비판하지는 않았지만, 기도를 통해 이민자와 박해받는 자를 기꺼이 받아들일 것을 호소했다.
사르코지 대통령의 바티칸 방문은 자국 내 가톨릭 유권자들을 설득하기 위한 행보로도 풀이된다.
2007년 사르코지 대통령 취임 당시 가톨릭 유권자는 다수가 그를 지지했지만, 지난 여름 그의 지지율은 47%로 1년 전 지지율(61%)에 훨씬 못 미치는 수치였다고 프랑스 일간 르몽드가 보도한 바 있다.
한편 집시추방을 둘러싼 프랑스 정부와 가톨릭계의 갈등은 지난 8월 교황이 이 정책을 직접적으로 비판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교황은 지난 8월22일 자신의 여름 별장에 모인 순례자들에게 적법한 인간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부모들은 자녀에게 보편적 형제애를 교육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프랑스 정부는 지난 7월부터 자국 내 불법 이민자 단속을 시작해, 지금까지 약 1700명 이상의 집시들을 루마니아 및 불가리아로 추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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