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램의 시작은 회사 후배였어요. 다들 밤새 일하니까 후줄근한 모습을 볼 때가 많았는데 (후배가) 풀 세팅을 하고 회사에 온 거예요. '결혼식 가냐'고 물었더니 '그냥 기분 전환하려고 샵을 다녀왔다'고 하더라고요. 신기했어요. 메이크업을 누군가는 특별한 이벤트로 생각하는데 누군가는 일상의 감정과 루틴 속에서 사용하더라고요." (심우진 PD)
"저도 메이크업에 대해서는 문외한이었어요. 단순히 예쁘게 만들어주는 것이라고 생각했었죠. 하지만 그걸 뛰어넘어 예술의 경지를 보여줄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고 그 확장성을 깨닫고는 '새로운 볼거리를 선사할 수 있겠다'는 판단을 가지게 됐습니다." (박성환 PD)
그 고민 끝에 선택된 포맷이 서바이벌이었다. 온전히 실력으로 승부하는 그리고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철학과 개성을 숨길 수 없는 방식이었다.
경연의 형태를 선택했다면 결국 가장 중요한 건 '기준'이었다. 뷰티는 취향이 강하게 작용하는 영역이고 보는 사람에 따라 평가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그렇기에 공정함을 어디에 둘 것인가가 제작 초반 가장 큰 고민이었다.
"가장 고민했던 부분이 그거였어요. 취향은 네 명의 심사위원이 다르고 저도 다르고 시청자도 다를 거잖아요. 그래서 미션과 모델, 주제를 아주 명확하게 정해놓는 걸 기준으로 삼았어요. 그 안에서 누가 가장 적합한 결과물을 냈는가 그게 공정성의 핵심이라고 생각했어요. 관점은 다를 수 있지만 기준은 같아야 한다고 봤거든요."(심우진 PD)
출연진 구성이 완성되기까지는 긴 탐색과 선택의 시간이 필요했다. '누가 유명한가'보다 중요한 건 '각 분야에서 지금 가장 뛰어난 사람인가'였다. 메이크업이라는 영역이 워낙 세분화돼 있는 만큼 프로그램은 그 스펙트럼을 온전히 담아내는 것을 목표로 했다.
"가장 먼저 했던 건 분야를 나누는 작업이었어요. 그리고 그 안에서 가장 잘하는 사람, 지금 가장 뜨거운 사람을 찾았죠. 청담동 샵도 찾아가고 '이 분야에서 누가 제일 잘하냐'고 묻고 추천받고 구독자 수가 기반이 되는 크리에이터들도 직접 만나보고 자문위원에게 검증도 받았어요. 그래서 드랙 분야의 보리 같은 분들도 섭외할 수 있었죠. 아이돌 메이크업, 아티스틱 영역, 크리에이터 씬까지 쫙 확장됐어요."(심우진 PD)
심사위원을 선택하는 기준 역시 단순한 유명세가 아니었다. 각 장르에서 '정점에 있는가', 그 한 줄 기준으로 아이콘이 결정됐다.
"참가자와 연관성을 고려하지는 않았어요. 그냥 그 분야의 정점에 있는 사람. 정샘물 선생님은 말 그대로 1세대고 자기 이름을 브랜드로 만든 분이죠. 서옥 실장님은 현장에서 가장 많이 뛰고 있는 분이고요. 아이브, 아이유가 다 거기서 나오잖아요. 이사배는 대한민국 최고 뷰티 크리에이터고요. 아모레퍼시픽 메이크업 마스터도 국내에서 상징적인 포지션이죠. 그들이 가진 시선으로 기준을 세우면 그 안에서 참가자들이 온전히 증명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있었어요."(심우진 PD)
가장 많은 관심을 모은 MC 자리도 처음부터 존재했던 역할은 아니었다. 하지만 한 사람의 이름이 떠오르는 순간, 방향은 명확해졌다.
"애초에는 MC가 없는 형태였어요. 심사위원만 두고 가자고 했죠. 하지만 제작하다 보니 머릿속에 계속 떠오르는 분이 있었어요. 이효리. 90년대부터 지금까지 거의 모든 종류의 메이크업을 받아본 사람이잖아요. 처음엔 심사위원으로 생각했어요. 그런데 연락이 왔어요. 예전에 같이 작업했던 인연 때문에 프로그램에 관심을 가져주신 거죠. 제가 심사위원을 제안드렸는데 효리님이 '전문가 앞에서 제가 심사를 하긴 어렵다'고 하셔서 자연스럽게 1MC로 자리가 잡혔어요. 그렇게 프로그램의 톤이 완성됐죠."(심우진 PD)
프로그램이 공개되기 전까지 제작진에게도 확신은 완성되지 않았다. 그러나 어느 순간, 그 감각은 선명하게 변했다. 메이크업이 단순한 기술이나 퍼포먼스가 아니라 감정을 건드리는 예술이라는 사실이 현장에서 증명되었기 때문이다.
"오 돌체비타 님이 어머님을 데리고 오신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그냥 '그럴 수도 있겠다' 정도였어요. 근데 현장에서 촬영을 시작하자마자 분위기가 터졌어요. 감정적으로. 저희 둘 빼고는 다 울더라고요. 우리는 찍어야 하니까 울 수가 없었고요. 그때 생각했어요. '이건 단순히 얼굴을 예쁘게 만드는 프로그램이 아니구나. 감정을 건드릴 수 있는 영역이구나.' 그때 확신이 생겼어요. 아, 이건 새로운 거다."(박성환 PD)
촬영 방식 역시 기존 뷰티 예능과는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설계됐다. 시청자도 심사위원처럼 메이크업을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는 원칙 아래, 결과물은 조명 보정 없이 카메라 앞에 그대로 놓였다.
"완성된 결과물을 보여줄 때 시청자도 심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4K 고화질로 찍고 어떤 보정도 하지 않았어요. 정면 원샷, 일대일 비교, 전체 샷까지 그대로 보여주자. 그래야 '난 이게 좋다', '난 저게 맞다' 같은 판단이 가능하니까요."(심우진 PD)
심사 구조도 단순히 점수를 매기기 위한 형식이 아니라 '관찰과 대화'의 공간으로 구축됐다.
"심사위원들이 멀리서 보고 화면으로도 보고 가까이에서도 보고… 그렇게 여러 단계로 메이크업을 들여다봤어요. 이 미션에서 이 모델이 맞는가, 주제와 얼굴이 부합하는가. 기준은 명확하지만 보는 방식은 다층적이어야 했어요."(심우진 PD)
"LED로 띄워서 실시간으로 중계한 것도 같은 이유예요. 여러 사람이 동시에 보고 의견을 나눌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싶었어요. 그게 '저스트 메이크업'의 중요한 기능이자 역할이었죠."(박성환 PD)
이 프로그램이 뷰티 업계에 던지는 질문은 단순하지 않다.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서비스직인가, 아니면 예술가인가. '저스트 메이크업'은 그 경계에 새로운 정의를 던졌다.
"촬영하면서 정샘물 선생님이 '머리! 얼굴!' 하면서 수정할 포인트를 외치던 장면이 있었어요. 그걸 보면서 생각했어요.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를 때부터 이미 이 직업은 존재하고 있었구나. 이번 방송이 그걸 각인시키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어요. '한번 받아볼까?' '저 샵 가볼까?' 맛집 찾듯 자연스럽게 메이크업 문화를 소비하는 시대가 왔으면 합니다."(심우진 PD)
"메이크업 아티스트는 많지 않은 직업이에요. 그리고 동시에 예술직이자 서비스업이라는 굉장히 독특한 포지션이죠. 이번 프로그램이 그 직업의 매력을 보여주는 장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아티스트들이 더 신나게 활동할 수 있는 판이 생기길 바랍니다."(박성환 PD)
시즌2에 대한 질문은 이미 곳곳에서 올라오고 있다. 제작진 역시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긍정적으로 이야기되고 있어요. 아직 확정은 아니지만 시즌2가 열린다면 더 넓게 찾아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시즌1에서 제안을 받았지만 사정상 나오지 못한 분들도 있고 해외에서 활동 중이라 연락이 닿지 않았던 분들도 있고요. 김기수 님 이야기도 많이 하셨죠. 동네에서 메이크업 잘하는 일반인도 좋겠다는 생각도 들어요. 확장 가능성은 계속 열려 있습니다."(심우진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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